보고 싶은 우리 아빠

by 달 산

​젊은 우리 아빠

2대 8 가르마에 포마드 기름으로 멋지게 헤어스타일링 하시고 비둘기색 바바리코트를 즐겨 입으셨던 멋쟁이 아빠.

간간히 식사를 잊을 정도로 바둑에 심취했던 우리 아빠.


때론 통기타로 남인수의 추억의 소야곡

"다시 하아안~번 그 얼굴이~"를 연주하며 노래도 즐겨 부르던 아빠.


사람 좋은 호탕한 웃음을 기본표정에 장착했던 우리 아빠.


고장 난 시계도 고치고 반짝이는 금 은 보석을 판매했던 우리 아빠.


쇼케이스를 윈덱스 뿌려가며 반짝반짝 닦아주면 참 좋아하시던 우리 아빠.


그 참에 쇼케이스 안에 예쁘게 진열된 작고 얇은 반지나 손목시계 갖고 싶다 하면 거절 못하고 내어주던 우리 아빠.


​중년의 아빠

​아버지의 말 수가 줄어들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기억이 거의 안 난다.

내게 남편이 생기고 가족이 생기고 아빠는 마음속에서 남편에게 나를 위임하셨나 보다...

아빠의 웃음이 씁쓸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에게 뇌졸중이라는 무서운 병이 찾아와 처음으로 쓰러졌다. 그때 나는 타국 만리에 살고 있었다. 설상가상 아빠의 금은방에는 도둑이 들어 모두 쓸어갔다고 했다.


한겨울에 뇌졸중 재발로 돌아가신 아빠의 얼굴은 평온하고 편안해 보였다. 사후 강직이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돌아가시기 전날 병원에서 아빠와 함께 있었지만 내 마음은 온전히 아빠와 함께 하지 못했다. 아빠는 죽음과 싸우는데 그깟 졸음과 싸우는 나 자신이 초라했다.

그렇게 아빠는 17년 전 남대문이 불타던 안타까운 뉴스와 함께 운명하셨다...

그때 6개월이던 내 막내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가끔씩 마음속 구멍으로 시린 바람이 지나갈 때가 있었는데 이젠 많이 무뎌졌더랬는데 오늘 아빠가 유난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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