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폭삭 속았수다>

-보혈의 능력-

by avivaya

그 시절 나는 ‘예수 피’라는 말을 주문처럼 뱉고 다녔다. 처음에는 어색함에 혼잣말처럼 얼버무렸지만 금방 금방 입에 붙기 시작했다. 금세 생활 전반에서 말 남용 사례가 넘쳐날 정도였다.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아팠던 곳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음모와 공작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역전되고 반전하는 쾌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좋은 정보였다. 내가 걸어가야 할 골고다 길을 피하고만 싶었던 차에 숨어 들어갈 곳이 생긴 듯한 기분이었다. 보혈은 영적인 나를 뒷받침해 줄 만한 경험을 주었다. 실제로 피부병이 있었고 보혈 기도 덕분에 나는 말끔히 나았다. (곧 재발했지만 나에게는 잊지 못할 체험이었다.) 또한 두려움과 공포에 대척점으로 보혈의 능력은 훌륭한 선택지였다. 그래서 나는 입에 달고 다녔던 것 같다. 스치기만 해도 나는 예수 피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치 시합이라도 벌이듯이 나와 교인들 간에 묘한 경쟁 심리가 더욱 부추겼다. 그야말로 피범벅인 일상이었다.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보혈을 뿌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신에 대한 믿음보다는 그의 주머니 속에 든 것을 노리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군침이 돌만한 냄새의 유혹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후각의 정체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내 기분과 비위를 맞춰 주면 나는 기꺼이 목줄에 묶일 수 있었다. 나는 끌려다니는 것에 익숙했고 편했던 탓에 오히려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삶이 내가 원하는 만큼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쓸모 없어지는 데까지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은 나에게 더 이상 길을 인도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예수 피’의 마술 공연도 끝이 났다. 그는 십자가 형을 선고받고 죽은 상태로 내려온 인간일 뿐이었다. 그가 흘린 피는 나와 똑같은 고통이 담겼다. 외로웠던 삶에서 눈물처럼 흘러내린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존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엄연히 희망이 존재한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우리는 그의 죽음으로 사랑과 연합을 배웠다. 양심과 인내의 태도를 갖게 되었다. 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죽음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보혈의 능력을 믿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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