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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괴물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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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Feb 15. 2024

앵무새에게 따뜻한 말을 들려주세요

2023년도에 우리 가족은 완전한 독립! 을 했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서울근교 시골이었던 시댁에서의 출퇴근을 접고

경기도 내 집에서 일주일 온전히 보내게 된 것이다.


아이 아빠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절해 등원을 맡았다

그리고 나 역시 시차 근무로 하원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고집쟁이 똑똑이 둘째 딸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필요했는지

아니면 할머니 사랑이 그리웠는지

3월, 4월, 5월.. 한참을 우리를 힘들게 했다.


한번 울면 동네가 떠나가라.......

엄마는 이미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매번 아빠가 달래기에 돌입했는데

덩치 좋은 남편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으니 ㅋㅋ

지금이야 웃지만 그때는 뭐 매일이 전시상황이었다


그때는 퇴근길도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도 적응을 해나가는 시기였던 건지

놀이터에 들러 둘이 잘 노는데도 그걸 기다려주기 힘들었고

이거 해줘라 저거 해줘라 떼쓰는 모습도 지치고

그냥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내 체력이 육아를 하기에 적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고단함을

말로 풀곤 했는데

내가 가장 자주 내뱉던 말이

"짜증 나!"

"지겨워~~"

였던 것 같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과 하루 얼마되지 않는 소중한 시간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사랑해"

"보고 싶었어"

가 아닌


"짜증 나" " 지겹다" 라니...


어느 날 나 스스로도 이걸 깨닫고 (책을 통해 뉘우쳤다는 게 맞을 듯)

조절하자 했는데 사실 하루아침에  되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 모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체력도 올라오고

아이들에게 다정한 엄마로 변신하려는 찰나


"지겨워~ 지겨워~ 몇 번을 말해!"

우리 딸이 나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라고는 못한다

너무나 익숙한 말이기 때문이다


잘 놀다가도

뭔가 맘에 들지 않으면

"짜증 나!"

라고 하기에


나는 또 한대를 맞고 -_-

이제는 진짜 아이들 앞에서

말조심을 해야지 

하고

다짐 다짐 다짐을 해본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나의 행동 말투 감정까지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작은 가르침도 일생의 진리로 받아들인다


한참은 아니타 무르자니의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에 감명을 받아

아이와 자려고 누워서는 늘 이렇게 질문했다

"세로야, 세로는 이 세상에 왜 왔어?"

"응~ 행복하려고! 그리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려고" 


내가 준 답안을 정답지처럼 외워서 호기롭게 읊는 너는

사랑받아 마땅하다.


요즘은 가족 모두가 호오포노포노를 하고 있다. 

뭔지도 모르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둘째 딸의 낭랑한 목소리가 귀에 박힌다


파란 병에 물을 담으면

"아이스블루!" " 엄마, 이거 아이스 블루지?"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정화의 말을 던지는구나


"아이스 블루는 얼음이야~ 파란빛이 나는, 엄마 남극이랬나?"

아들 역시 관심 있게 이야기를 한다.


서서히 변화가 보인다.

그 시작은 '나'이다.


내가 변하니 자연히 아이들이 따라오고

사랑의 말, 따뜻한 말, 정화의 말로 집안이 채워질 것이다.


항상 나의 변화를 지지하고

함께 정화해주고 있는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아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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