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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guri Sep 07. 2021

어쩌면 평생을 비교하다 살 거야

마인드컨트롤 또는 신나는 자기합리화

흘깃흘깃 눈이 자꾸 돌아간다.


쟤는 어떻고.. 얘는 어떻고..

이런 식으로 떠드는 게 좋은 일이 아니란 걸 안다. 뒷담은 불화만 만들며, 비교는 서로를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 계속 드는 생각은 나도 참 대단한 인간이 아니구나 싶다. 디자이너로 취직한 후 하루 종일 디자인 관련된 어마어마한 자료를 훑는다. 이건 저기에 참고, 이건 여기에 참고.. 그렇게 참고 폴더만 수십 가지를 만들어 내고 언젠가는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차곡차곡 쌓는다. 쌓은 걸 보면 든든하면서도 한숨이 푹 나온다. 쭈욱 스크롤을 내리면서 남의 창작물은 볼 때면 나는 언제까지 이런 걸 모작하고 아이디어를 훔쳐볼까 싶은 마음이 내심 든다.


예전에는 흰 도화지를 주고 원하는 걸 그리라고 하면 마냥 신나서 이것저것 그리곤 했다. 주제가 있는 포스터 그리기나 표어 만들기를 하면 주변 친구들이 나한테 아이디어가 없는지 물어볼 정도로 나는

통상 '아이디어 뱅크'였다. (꼭 그게 상을 받지는 못해도 음. 그랬다.)


이제는 흰 도화지를 주면 다른 도화지를 훔쳐본다. 저 사람은 어떻게 그렸지? 저 사람은 어떤 걸로 그리지?

따라 하면서 배우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고 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내 아이디어를 펼치고 그려나가는 게 무서워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겨우겨우 완성한 그림은 어쩐지 마음에 썩 안 들 때가 많아서 내 품에 쏙 안고는 아무도 보여주려 하지 않은 적도 많다. 내 것을 보고 자기 것이 더 낫다고 비웃거나 이건 좋은 생각인데? 하면서 어렵사리 생각한것들을 빼앗아 가지는 않을까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고 그것을 다른 색을 입혀 본 경우일수도 있는건데. 전에는 말도 안되는 낙서를 그려놓은 연습장을 돌려보게 할 정도로 그저 누가 봐주면 좋기만 했는데도 말이다.


사회에 나와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로 별거 없어 보이지만 또 대단한 사람들도 많았다.

대단한 사람들 천지다. 그렇다고 나를 깎아내리긴 싫은데.. 싫은데..하면서 자꾸 두드리게 된다.


 나 재능 있?


...?


뭐 어쩌겠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칭찬하나 받으면 "역시!"하는 다음 날 아침에 내 모습을.





눈에 담되, 마음에 두진 말자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정말 기대 안 했는데 현실적으로 마음이 동했던 영화가 바로 <소울>이다.

그래 그 유명한 디즈니의 영화 말이다. (기대 안 한 것 치곤 개봉 동시에 달려간 건 비밀이다.)


자세한 줄거리는 스포이니 간단하게 내가 내린 한줄 줄거리는 다양한 사람들은 다들 노력하고 다들 공감하고 다들 살아간다. 정도인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그렇다.

바쁘게 사는 주인공이 주인공 인생을,

그리고 화면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인생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

영화 <소울> 중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나는 내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갈 거야.


삶을 경험 한적 없는 영혼이 처음으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길 때에 장면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나를 조용하게 만들었었다. 정말 오롯이 영화의 장면을 눈에 담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처음이었다. 그 만큼 충격이였다는 거다. 주인공처럼 나는 매사 열심히 살았고 (그게 엄청난 성공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하루하루 의미 부여를 해나갔으며, 지치지 않으려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왜냐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고 다들 더 많은 것 들을 이루며 사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저 살아간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 단순하고 더 아름답고 더 찬란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조금이지만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평생을 남들과 비교할거고 내 불안감과 초라함을 끝끝내 외면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위로하고 칭찬하고, 또 성장시킬 것이다.


오늘도 내일을 위한 소소한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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