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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 Jan 03. 2023

내 맘대로 <재벌집 막내아들 16화-1>

열받아서 내가 쓰는 드라마 뒷 이야기

내 머리속 재벌집 막내아들은 15화 이후로 결방되었다......

크리스마스때 잠시 악몽을 꾸었지만, 꿈은 기억나지 않는 걸로 하고 멈춰버린 16화를 나 원하는대로 써보기로 했다. 

내 마음대로니 당연히 사실재현이고 뭐고 없이 나 편한대로 상상해 보았다.

드라마의 호칭도 뭐였는지 가물가물하네.... 이것도 모르겠음....

결말만 소설과 맞추는 것으로 해야지(소설 마지막 마음에 듬)




날 죽인건 나였다....(15화 마지막 대사)



"선새.... 의식... 돌아오는 ... 요."

눈 앞에 무엇인가 움직인다. 처음엔 흐렸다가 점점 눈 앞의 사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무언가 더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여기 병원 입니다. 정신이 드세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비서도 아니고, 유현우의 목소리도 아닌.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나오지 않아 간신히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그 후 들리는 여러 소리는 이해는 하였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힘을 주면 온몸이 부서지는 아픔이 느껴져 더이상 몸을 움직이는 시도를 할 수 없었다. 눈동자를 움직여 주변의 분주함을 느끼는 것, 웅성거리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으려 애쓰는 것, 가능한 만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전부였다. 숨을 들이쉴때마다 어딘가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지만 점점 무뎌졌다. 그러다 곧, 잠이 들었다

 



"도준아, 엄마 말 들리니? 도준아!"

두번째 눈을 뜰 때는 목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어머니 목소리, 내 이름을 부르는 조심스러운 아버지 목소리, 그리고 울면서 이새끼 저새끼 욕하고 있는 형의 목소리가 명확히 들려왔다. 이번엔 목소리가 나올 것 같다

"형... 형 시끄러워서... 다시 자고 싶어."

"야 이새끼야, 너 임마 지금 흡, 좀 살만 흡, 하냐! 다시 자 버리면 죽을줄 알아 너!"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울부짖는 형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웃음 소리를 낼 때 가슴쪽이 욱신거려 곧 찡그렸지만, 곧 걱정하는 얼굴로 바뀌어 버린 가족들이 눈에 들어와 안간힘을 써 괜찮은 척 해야했다.


"아버지, 사고.. 났었는데, 어떻게 된거예요?"

"네 차 뒤로 트럭이 달려와서 부딪혔어. 다행히 네 차는 에어백이 있어서 하대리와 너 두사람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하더라."

할아버지와의 사고 이후, 자동차 사고를 대비하게 되었다. 뒷봐석에 앉아도 습관적으로 꼭 안전벨트를 하게 되었고, 차를 바꾸게 되면서 에어백이 설치된 차를 고집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와의 기억이 오늘의 나를 살린 것이다.

"아버지, 하대리 좀 잘 부탁드려요. 저랑 다니면서 두번씩이나 사고가 나고.. 제가 면목이 없네요."

"아버지에게 다 맡기고 넌 아무 걱정하지마. 얼른 나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는것만 생각하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의 어머지를 보며 아.. 진도준은 아직 살아 있구나를 느꼈다.



내가 깨어난 것은 사고가 난 후 2주가 지난 후였다. 사고 충격으로 긴급수술까지 해야 했지만, 기적적으로 중요 장기는 손상이 없어 부서진 뼈들이 제 자리에서 아물기만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재활까지 해 원래 생활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지금은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번에는 정말 미래를 본건가 동포청년? 한국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에어백을 굳이 고집하더니, 결국 그덕을 봤네."

"사람이 일을 겪으면 배우는게 있어야 한다는게 할아버지 말씀이었어요. 전 그 말씀을 따른 겁니다."


의식이 어느정도 돌아오자 당장 오세현 대표에게 연락했다. 물산을 손에 넣게 되면서 진행한건 오세현 대표의 금융그룹 대표이사 재선임이있다. 순양 카드를 정상화 하면서 카드와 금융그룹의 투자 방향을 다시 조립을 해야 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오 대표에게 대표이사지만 외부 자문위처럼 회사의 현황파악을 부탁했었다. 

그러나 오대표가 그 자리에서 한 일은 며칠 뒤 예정이었던 회장 취임식 취소에 대한 뒤처리, 예비 회장의 부재를 틈타 임시라도 자리를 차지하려는 큰아버지들을 막기 위해 이사진을 움직이는 일이 우선시 되어 버렸다. 다행히 자잘한 일은 이 실장님과 협업해 서로 도움을 준 모양이지만, 내가 계속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국 차기 회장을 다시 선출해야 하는 모양새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룹의 머리를 비워둔 다는 것이 이사들에게는 언제든 자신의 돈이 추락할 수도 있는 형태였으니 말이다. 


"네가 일어나지 않아서 이사진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 불의의 사고지만 회장직을 공석으로 둘 수는 없다는 거지. 그들의 돈이 직결된 일이니까"

"한동안은 움직이는 것 까지는 어렵겠지만 일을 안할 수는 없겠네요. 그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면. 카드 사태 안정화는 어떤가요?"

"느리긴 하지만 점점 정상화 되고 있어. 채권매입을 한꺼번에 처리한 덕분에 신용도가 올라갔기도 하고, 네가 정부에 제안했던 신용회생신청이 사회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한 몫 한거 같아."

"효과가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순양자동차 홍보팀 연결 좀 해 주시겠어요? 순양자동차의 에어백으로 대형차 사이에 낀 사고임에도 두 사람 모두 살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좀 해야 겠어요. 이사들 마음도 달랠 겸."


살아 있는게 맞다며 오대표와 웃고 있을 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자 이항재 실장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의식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병차 와 보았습니다."

"다행히 머리와 입은 멀쩡한 것 같네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장님, 그냥 병문안으로 오셨을 것 같지는 않고.. 혹시 우실장님이 뭔가 찾으신게 있을까요?"

이 실장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 씩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점은 회장님을 빼닮으셨군요. 도준군이 의식이 없을 때 우실장에게 이야기 해 뒀습니다. 비록 회사에서 잘린 처지이긴 하나, 우실장도 생각하는 게 있었던지 제 말에 군말없이 움직여 주더군요. 그리고 뒤에서 달려온 트럭 운전사에게서 이걸 찾아냈습니다."

이실장이 내민 것은 피묻은 명함, 그리고 익숙한 이름. 진성준

"동포청년 이건 설마..."

"경찰도 이 명함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트럭 운전사가 술에 취한 상태였고, 그 자리에서 즉사 했기 때문에 단순음주사고로 종결되었습니다. 앞 차 운전사는 밖에 나와있어 별 일없이 지나간 모양이더군요. 통화할 일이 있어 잠시 차를 세워뒀다고 하던데, 마침 그 뒤로 도준군 차가 서게 되었고 그 때 뒤로 차를 달려들게 한 모양입니다. 아마 계속 때를 노리고 있었던거 같다더군요"


아니, 그 자리는 모든게 계획된 것이다. 멈춰 있던 트럭도, 그 다음에 달려온 트럭도. 할아버지 기념관에 가는 내 스케줄을 알고 치밀하게 계획한 일이었다. 

그때 나를 보고 있었던 윤현우의 얼굴을 보았을 때 떠올랐다. 내가 왜 순양 본사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고졸인 내가 김주련 부장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모든 것이 기억이 났다. 

윤현우 시절 일부러 기억에서 묻어놓았던, 그래서 내 안에서 아예 없었던 일 처럼 되어버린 사건. 

내가 순양 일가를 위해 했던 첫번째 일. 바로 진도준의 제거를 돕고 은폐한 것.

아마 윤현우도, 죽은 트럭 운전사도, 그들 입장에선 언제든 입막음이 가능한 사람들이었기에 선택한 거였겠지. 만약 그들이 발설한다 해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처리해 버리는 건 그들에게 일도 아니었을 테니까.

어쩌면, 그때 김주련 실장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윤현우는 그때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무게를 느껴서였을까.. 윤현우 시절의 나는 진도준도, 그 사건도 머리 속에서 지우개로 지운 것 처럼 지워버렸다. 

김주련이 시킨 장소에서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한 것이 그들이 짜 놓은 각본인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지시된 장소에 차를 세우고 김주련 실장에게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김주련 실장 너머에 있었던 사람은...


"이실장님. 서있던 트럭 운전사 혹시 연락 가능한가요?"

"마침 순양자동차 공장 계약직이라고 하더군요. 신상은 파악해 뒀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을 좀 여기로 불러주시겠어요? 제가 확인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이번엔 현실에서 도망치지 말자. 

힘이 없다는 이유로,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빈 껍데기로 살지 말자.

내가 도와줄테니.

윤현우를 살리기 위해 내가 진도준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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