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양말

육아일기

by Rainsonata

2004년 12월 20일


우리 랄라가 요즈음 부쩍 집안 살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설거지와 손빨래는 랄라가 너무나 하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리곤 한다.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면 아기 손가락이 쪼물쪼물 해져서, 작은 슈슈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된다고 말해줘도 랄라는 너무너무 하고 싶어 한다.


어제저녁에는 내가 다른 일로 바쁜 사이를 틈타서, 아빠 보고 몰래 욕실 세면대에 물을 받아달라고 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둘이 욕실 쪽으로 향하고 나서는 랄라의 조르는 목소리도 사라지고, 다음 사건의 전조를 알리는 공포의 적막함만이 거실에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 스톰이 다급히 나를 불렀다. "빨리 와봐, 지금 당장 와서 이거 봐야 된다니까! 빨리!" 난 속으로 '그럼 그렇지. 드디어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오늘도 치약을 먹었나? 아님 물을 바닥에 다 쏟은 걸까?' 하며 투덜투덜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짜 짠~~~


내가 발견한 건 노란 아기 의자를 밟고 세면대 앞에 서서 야무지게 아빠 양말을 빨고 있는 랄라였다. 그것도 몹시 행복한 얼굴을 하고 말이다.


레인 소나타: 어떻게 된 거야, 오빠?


스톰: 글쎄 랄라가 나보고 양말을 벗으라고 하잖아. 그래서 "랄라야, 뭐하려고?" 물었더니 "아빠 양말 빨래" 그러는 거야. 그래서 한쪽만 벗어줬더니 다른 한쪽도 달래서 다 줬지. 그랬더니 이렇게 정성껏 내 양말을 빨아주고 있지 뭐야. 흐흐흑--- 나 눈물 날 거 같아.


레인 소나타: (멍 하게 두 부녀만 번갈아 바라보다, '맞아! 디카 가지고 와야지'하는 생각에 잠시 자리 비움)


스톰: 랄라야. 고마워. 아빠가 내일 회사 갈 때 꼭 신고 갈게. 랄라야 사랑해. 랄라도 아빠 사랑해?


랄라: 예쓰! 아빠 아여뷰 (I love you)


레인 소나타: (랄라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이쁘지만 사진사의 임무에만 충실하려고 애쓴다.)


빨래가 끝난 뒤, 스톰은 랄라를 도와 장난감 목마의 양쪽 귀에 양말을 한 짝 씩 널어놓았다. 그렇게 '아빠의 양말' 한 켤레는 목마와 함께 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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