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2004년 11월 12일
랄라의 말썽이 정말이지 하늘을 찌르다 못해 하늘 천장에 구멍을 내고 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닌 수 십 개를 매일 뚫고 있다. 아마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는 랄라가 뚫어놓은 구멍이 너무나 커져서 쏟아져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부터는 부쩍 미운 오리가 되고 있다.
일단 변덕이 아주 심해져서 "Yes"와 "No" 사이를 1분 사이에도 몇 번씩 오고 가는지라, 금세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이거 먹는다 저거 먹는다 하는 요구사항에 맞춰서 물건이며 음식을 꺼내 주다 보면 슬슬 나의 인내심이 바닥을 친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 엄마가 와 계셔서 스톰과 나는 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엄마 말씀이 "아마 어른 10명이 있으면 10명 모두 랄라 한데 휘둘릴 거야. 어쩜 아이가 이렇게 힘은 써도 써도 넘쳐나고 고집이 세니..." 하실 정도니까.
음식은 먹는가 싶으면 모두 얼굴에 문질러놓고, 물은 마시다가 컵에다 도로 뱉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랄라의 물컵은 늘 뿌옇다. 그리고 게처럼 침으로 거품을 만들어서 보도 못한 장난을 치면서 놀기도 한다. 밥도 한 곳에 앉아서 먹었던 아이가 이제는 아예 식탁 의자를 통째로 밀고 다니면서 자기가 앉고 싶은 사람 옆에 가서 먹는다. 옷이라도 한번 입히려며는 어른 두 명이 달라붙어서 얼르고 달래고 혼내면서 입혀야 되고, 산책 가는 길에 신발도 양말도 혼자서 다 벗어 길가에 던져버린다. 요즈음 입고 싶은 옷, 신고 싶은 신발도 자기가 정하고 심지어는 모자까지도 혼자서 코디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가끔씩 메몰 차게 해 버리는 "No Way!"라는 말과, 장난감 정리를 시키면 끝까지 안 하고 버티는 안 좋은 습관과, 음식을 먹다가 버리거나 뱉는 습관, 그리고 슬슬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썽을 부리려는 눈 빛이 내 딸이지만 밉다. 그런 랄라는 스톰과 나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지 늘 고민하도록 만드는 장본인이다.
한국에서는 미운 세 살, 여기서는 "Terrible Two"라고 하는 만 24개월을 지난 랄라의 말썽꾸러기 행각에 우리 모두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 얌전히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부엌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래 말썽 피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다소곳이 앉아 있을 때도 있잖아. 울고 찡그린 얼굴보다는 하루의 99%는 웃는 얼굴로 지내는 우리 랄라가 비록 말썽꾸러기라도 지금 내 눈에는 이렇게 이쁜걸.' 하는 최면에 걸리고 만다.
이런 나의 생각이 엄마의 단순한 합리화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악동 랄라를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워서 스스로에게 랄라의 이쁜 모습을 자꾸 회상하도록 마술을 거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웃음으로 하루의 피곤함을 모두 치유받을 수 있는 신비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도 부모님 손에 키워졌다고 생각하면, 랄라가 우리에게 주는 끊임없는 과제 속에 이외로 큰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