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랄라에게 19화

랄라는 열여섯 살

by Rainsonata

사랑하는 랄라에게,


우리 아가의 달콤한 열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오늘 아침 랄라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동안,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지. 그러다 잠시 말이 없다 싶어 너를 바라보니, 친구들이 계속해서 보내오는 생일 축하 문자를 확인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더구나. 학교에 도착하자 랄라는 무거운 책가방을 가뿐히 등에 멘 채 밝은 얼굴로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씩씩한 발걸음으로 교문을 향해 걸어갔어. 순간 너의 푸르른 뒷모습과 10월의 하늘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랄라의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깊이 깨닫기에, 엄마는 몹시 감사한 마음으로 너의 생일을 맞이하고 있단다. 그리고 랄라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신 선생님들과 마음 따뜻한 친구들 그리고 멀리 한국에 계신 친인척분들과 아름다운 자연에 두 손 모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50cm의 키에 2.7kg의 자그마한 체구로 16년 전에 태어난 랄라는 어려서부터 웃음이 많고 호기심이 가득한 아기였어.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에도 혼자 의자를 잡고 일어서 걷는 연습을 하던 용감한 아이였단다. 반면 자연과 동물을 대할 때의 랄라는 아주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소녀였지. 살금살금 걸어가서 조심스럽게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비 내리는 날이면 달팽이 가족이 산책하는 동안 차분하게 그들이 길을 건너갈 때까지 기다려주었어.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끼 고양이를 가슴에 안아보던 날 너의 눈망울에는 경이로움과 애정이 가득했단다.


랄라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아빠가 자주 노래를 불러주어서 그런지, 랄라는 지난 16년 동안 변함없이 음악과 함께 눈을 뜨고 잠이 드는 삶을 살고 있구나. 그리고 세 살의 랄라도 열여섯 살의 랄라도 무지개와 별과 달님을 좋아하는구나. 향기로운 비누, 초, 로션을 보면 작은 코에 가져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던 너의 모습은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엄마 눈에는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단다. 무엇보다 랄라는 예나 지금이나 함께 있으면 유쾌하고 즐거운 아이야.


랄라야,


캐나다에 있는 유아원에 다닐 때 말이야. 날씨가 너무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체육관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타면서 맘껏 노는 시간이 있었어. 엄마나 아빠가 체육관으로 마중을 하러 갈 때마다, 랄라는 그 빨간 플라스틱 자동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아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체육관을 열심히 달렸단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콧잔등을 찡긋해 보이며 얼마나 해맑은 얼굴로 운전을 즐기던지, 그런 너를 억지로 차에서 끌어내릴 만큼 엄마도 아빠도 모질지는 못했지. 운전하는 내내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미소 지을 수 있어서 우리도 행복했단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열여섯이 된 랄라는 실제로 차량 번호판이 달린 승용차를 운전하게 되었어. 고등학생 랄라가 유아원 시절의 랄라만큼 운전을 즐기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마 랄라는 상상하기 어려울 거야. 지난 주말 운전 연습을 하던 너는 “엄마, 내가 이번에 운전면허 시험 합격하면 울 거죠?”라고 물어봤지. 그러면서 운전을 안 좋아하는 엄마 대신 심부름도 해 줄 수 있고, 앞으로는 랄라가 운전하는 차로 여행도 떠날 수 있다면서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엄마 옆에서 계속 조잘댔단다.


그런데 랄라야, 엄마는 이 아름다운 가을날, 차 문을 열고 윤기 나는 밤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신 있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다, 빨간 꼬마 자동차를 타고 열심히 달리던 세 살 적 랄라의 얼굴이 떠올라 이미 눈물이 났어.


사랑하는 아가야,

너의 달콤한 열여섯을 맘껏 즐기길 바란다.


2018. 10. 30.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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