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어요
미세먼지는 “상당히 나쁨”이지만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이제 아침에도 별로 춥지가 않네? 지난주까지 겨울이더니 이제 봄과 여름을 오가는 날씨가 되었다.
봄향기 좋다
아이가 내 등에 가만히 기대어 속삭인다. 어쩜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고 표현력도 좋은 걸까?
아이 말대로 봄향기가 정말 좋다. 아이를 맘껏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데 아직까진 조심스러운 게 사실.
“엄마는 좀 쉬어야 해”
“엄마랑 너무 가까이 붙어있으면 나쁜 병균이 옮아갈 수 있어”
“아빠랑 놀자“
“이 방에 들어오지 마”
“1층에 내려가 있으면 좋겠는데“ 등등의 말만 반복하는 지금의 상황이 미안하다. 그래도 내 말을 잘 따라주는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아빠랑 잘 놀다가도 중간중간 계속 나를 찾기도 한다.
“심심해”
“엄마 옆에 있고 싶어”
“엄마 얼마나 잘 거야?
“얼마나 기다려야 일어날 거야?”
“10분 너무 길어!”
“엄마 일어난다더니 왜 안 일어나? 엄마 거짓말쟁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어제부터 컨디션이 나아졌다는 생각에 아이도 데려오고 잠깐 외출도 했더니 일욜엔 아침부터 목이 또다시 찢어지게 아팠다. 역시 코로나 우습게 보고 무리하면 안 되는구나. 빠른 회복을 위해 바로 병원에 다녀왔다.
목이 아직도 많이 부어있네요.
코로나가 감기랑 같이 왔을 수도 있어요.
독한 항생제를 드릴게요.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거의 대부분의 감기/독감/코로나 환자에게 비슷한 말을 반복할 의사 선생님들도 힘들겠구나 싶다.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또 수액을 맞았다. 이번 코로나 기간 동안 맞은 세 번째 수액. 수액에 도대체 얼마를 쓴 거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수액을 맞으면 마법처럼 나아지는 컨디션 회복이 더 시급한 게 현실. 병원에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독한 약도 먹고 내리 3시간을 잤다. 저녁즈음이 되어서야 다시 에너지가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저녁도 잘 먹고, 독한 약을 한 번 더 털어 넣고, 9시 전에 자야지 했지만,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시. 그래도 11시 전엔 잠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7시간 이상 자고 싶었는데 이제 완전한 아침형 인간이 된 건지 5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오늘 필요한 에너지가 채워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그래, 일어나자. 일어나서 책도 읽고, 글도 쓰자.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손을 소독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미세먼지는 오늘도 “상당히 나쁨” 이지만 코로나보다는 낫겠지.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한다.
이번 주가 별 탈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부디 나에게 코로나가 옮아간 사람도 없었으면 하고.
나 역시 절대 무리하지 말고, 빠르게 회복해자!
좀만 지나면 언제 코로나가 왔었냐는 듯 다시 건강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