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후기
“부동산 업계 여자들 모임을 한번 추진해 볼까요?”
작년 10월 즈음, 얼떨결에 리서치 팀장이 되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정보를 쓸어 담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때 같이 일했던 마당발 친구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다.
“너무 좋죠!”
이 모임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되었고, 어제가 두 번째 모임일이었다.
이제 겨우 두 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인데 정보의 공유를 넘어 감정의 공감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 부동산 업계에서 살아남은 여자들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동성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일까?
한때는 주니어였던 우리들이, 절대 무능한 상사는 되지 말자고 결심했던 우리들이, 이제는 모두 시니어급의 관리자가 되어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놓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부하 직원을 독려하고, 상사에게는 목소리를 높여 정당한 요구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동료와는 맞서 싸우기도 하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자문하며 길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언제까지 지금의 회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 모임 너무 소중하네요. 부동산 업계를 떠나도 꼭 함께 할게요!!!“
“이 업계 안 떠나실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
톡방에서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도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생각의 결이 비슷한,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술을 곁들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 오늘.
오늘따라 택시도 잘 잡히고, 대리기사님도 그렇고!!!
시골사는 여자라 서울에서 술마시고 집에 오면 택시비랑 대리비가 술값만큼 나오는데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무사 귀가 후 술취한 정신머리로 씻지도 않고 오늘의 만남을 기억하며 글을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