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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을 먹을 때마다

아빠가 생각날 거야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빠를 생각하면 감자탕이 함께 떠오른다. 우리가 식사시간에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많지 않은데 감자탕을 함께 먹을 때만큼은 한마음이었기 때문에 더 그런가 보다. 감자탕이라기보다 뼈해장국이 더 적절한 명칭 같지만.


회사 앞에 꽤 괜찮은 감자탕집이 있다. 점심에 혼자 나와 감자탕을 시켜놓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 뼈해장국 3개 주세요”

옆테이블에서도 뼈해장국을 주문한다. 분명 메뉴판엔 감자탕이라고 적혀있는데.

뼈해장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여기는 뼈해장국이 훨씬 맛있어. 감자탕보다 우거지가 많이 들어가거든”


4인 가족이 함께 가면 감자탕을 시켜 먹을 법도 한데 아빠는 늘 뼈해장국을 먹자고 했고, 나 역시 그게 좋았다. 서로 잘 맞는 게 하나도 없었던 우리가 유일하게 의견 일치를 이루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뼈해장국을 먹을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났는데 이제 아빠 생각이 날 때마다 뼈해장국을 먹으러 온다. 더 이상은 아빠와 나란히 앉아 무엇인가를 같이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이렇게라도 아빠와 함께 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싶나 보다. 아빠를 떠올리며 슬퍼하고 싶지 않은데 아마도 한동안은 계속 이렇지 않을까? 아빠를 보내주는 과정이 이렇게나 힘들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보다는 편안하고 고요할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이 한참 빗나갔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괜찮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괜찮은 척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선물처럼 찾아오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빠는 이번 주에 통증이 심해 마약 패치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아무리 불러도 눈을 잘 뜨지 못하는 아빠는 누워계신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아빠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아빠를 잘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 방법은 아마 평생 알 수 없을 테지. 아빠가 혹시라도 눈을 떠서 나를 알아볼까 싶은 마음에 아빠 앞에서는 최대한 웃어 보이지만 병원을 나서면 자꾸 눈물이 흐른다. 아빠의 힘겨운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이 서글프다.


오늘은 남편이랑 아이도 함께 아빠를 보러 가기로 했다. 아직은 아빠한테 마지막 인사를 건네지 못했는데 이제 나도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4월 말이면 언니네 가족이 한국에 잠시 들어오는데 부디 아빠가 그때까지만이라도 잘 버텨주시면 좋겠다.



엄마, 사랑해요

아이 앞에서는 슬픈 마음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다정한 말을 건넨다. 잠들기 전에도 나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하더니, 중간에 깨서도 “엄마, 사랑해요”를 반복한다.


그래, 이렇게 따뜻한 위로가 있으니 나도 힘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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