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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장

유아 글씨의 흔적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이의 독서기록장을 써주려고 펼쳤다가 빵 터졌다. 유아 글씨 진짜 왜케 귀여운 건데!! 아빠의 마지막 한숨 한숨이 아쉽고, 안타까운 요즘, 내 딸 덕분에 이렇게 웃을 수 있어 다행이다.



어제는 아이, 남편과 함께 아빠를 만나고 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제 아무리 불러도 눈을 뜨지 못하는 아빠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병상에 누워있는 할아버지가 어색한지 아이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할아버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다.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도 다시 들어가 할아버지를 한 번 더 보겠다고 한다.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한 걸까?


“10초만 더 보고 갈래”


이제 그만 가자고 했더니 아이가 10초만 더 있다 가겠다며 천천히 10초를 세기 시작한다.


10

9

8

7

6

5

4

3

2

1


“이제 가자”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준비”라는 단어만큼이나 터무니없는 말이 또 있을까? 아직도 “아빠, 이제 그만 아프고 편안하게 떠나셨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이 잘 나오질 않으니 말이다. 의식이 없어도 청력은 끝까지 간다는데 우리 아빠 손녀 딸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는 잘 들었겠지?




"아까 할아버지 병실에서 왜 10초만 더 있겠다고 했어?"


"그냥, 재미있으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아이의 이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이 상황에 재미라는 단어가 전혀 와닿지 않는데 아이의 시선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걸까? 재미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왜 재미있었는지 묻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제 다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 마지막 인사를 해볼까? 할아버지, 하늘나라에 가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이렇게, 어때?


"응! 지금 할래! 할아버지, 하늘나라에 가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아이가 생각만큼 슬프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난 이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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