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걱정인 모녀.
서로가 걱정인 모녀
웬일인지 오늘은 어머니께서 외식을 하자고 하신다. 나는 쾌제를 부르며, 대학시절 때부터 단골인 순대국밥집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이른 점심시간이라 가게는 한산했다. 한 자리만이 채워져 있었다. 무엇을 먹겠냐는 사장님의 질문에 나는 돼지국밥을, 어머니는 내장만 있는 국밥을 주문하셨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채워진 자리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연스레 귀 기울였다. 자리에는 80세가 훌쩍 넘어 보시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 60대로 추정되는 두 자매가 계신다(얼굴은 보면 '아~ 자매구나', '아~ 모녀지간이구나' 싶다. 유전자의 힘이란). 순대국밥집에 온 이유는 요즘 체중이 줄어드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좋아하시던 음식을 먹으면 한결 기력을 회복하리라는 생각 때문인 듯했다.
세명이 먹기에는 벅찰 정도의 음식이 자리를 가득 메운다. 각자 국밥 하나에, 순대와 내장 그리고 편육 까지. 아마 자식이 어머니를 걱정하는 크기는 아닌가 싶다. 두 자매는 어머니의 체중을 시작으로 영양제를 거쳐 다니는 병원으로 자연스레 이동했다.
"엄마 이거 먹어봐. 이거 맛있다. 남으면 포장하면 되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그리고 내가 사 온 약 있지. 그거 그만 먹고 이거 먹어. 더 좋은 거 사 왔으니까 이제부터는 이거 먹어."
두 자매는 쉴 새 없이 건강 정보를 쏟아내고 어머니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셨다. 자식은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끝이 없는 듯했다.
마침 우리 음식이 나와 귀 기울임을 멈추고 먹기 시작했다. 맛이 한결같아 좋다. 옆 자리의 다른 목소리로 채워졌다. 새로운 목소리를 따라 귀가 쫑긋했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자식 걱정이다.
운전 조심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운동의 중요성, 음식을 가려먹어야 한다로 이어진다. 다음 걱정은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밥을 더 먹어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왜 이렇게 얇은 옷을 입냐로 점점 길어진다.
어머니와 내 국밥이 다 사라질 때까지 서로의 걱정은 계속되었다.
언제까지 할까? 그 걱정.
모녀의 걱정을 보며, 어머니에게 여쭤봤다.
"엄마는 언제까지 내 걱정할 거야?"
어머니는 피식 웃으시면서 "관에 들어가도 할걸? 아니다 다른 세상이 있다면 거기서도 할 거야."
나도 부모님 걱정을 좀 해야겠다. 받은 만큼은 돌려드리지 못하더라도, 흉내는 내야지.
"엄마 요즘에 운동 안 하는 것 같다. 나랑 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