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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Oct 06. 2022

반려견 행복에 대하여

어느 훈련사의 말.

어느 훈련사의 말.


견생 2년 차 몰티즈와 산다. 잘생긴 녀석이다. 이름은 '희망'이다(어머니가 지으셨다). 아버지는 그 녀석을 거부하셨다. 뻔한 클리셰처럼 지금 아버지는 '희망이'를 무척 좋아하신다. 퇴근해서 돌아오시면 신발도 벗기 전에 찾으시고, 녀석은 총총거리며 아버지에게 꼬리를 흔든다. 


지금은 잘 지내지만, 녀석이 처음 왔을 때에는 어수선했다. 녀석은 새로운 환경이 무서웠을 테고, 엄마가 보고 싶었을 테다. 밤에 두 시간 간격으로 짖어 댔다. 배변도 가리지 못하니 가족 모두가 바빴다. 그렇게 견디다 못해 훈련사를 집으로 모셨다.


훈련사는 간단한 명령과 양육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었다. 몇 차례의 시연과 연습이 반복되었다. 훈련을 마무리 하고 훈련사는 꽤나 철학적인 이야기를 던졌다.


"'희망이'는 행복할까요? 이제 이 질문을 안고 지내시면 됩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는 곧 무서운 부탁으로 변했다. 하나의 생명을 받아 안아 내는 일에 대한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훈련사가 다녀간 뒤, 거짓말 같이 녀석은 밤에 짖는 소리는 줄어들었고, 배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훈련사 말이 마음 어디인가 박혀 아릿하게 한다. 지금까지도.


반려견 행복에 대하여.


이따금 녀석을 쓰다듬으며 훈련사의 말을 생각한다. 무엇이 녀석을 행복하게 할까? 희망이라고 부르면 까만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희망아 별일 아니야, 그냥 불렀어. 쉬어" '희망이'는 다시 눕는다. 무엇이 '희망이'를 행복하게 할까? 희망이가 좋아하는 걸 주자. 아 '희망이'는 우리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리라. 행복은 함께할 때 만들어진다는 결론. 그럼 지금 '희망이'에게 행복은 산책이다.


"희망아 산책 갈까?"


'희망이'는 내 말 한마디에 폴짝폴짝 뛴다. 줄을 매고 배변봉투를 챙긴다. '희망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본다.


'희망아, 너는 행복했으면 해'


우리집 반려견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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