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가끔 시장 동행을 요청하신다. 요청할 때에는 필히 무거운 물건을 사야 할 때다. 이번에는 쌀이었다. 어머니는 이마트에서 받은 장바구니를 들고는 나갈 채비를 하신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시장으로 간다. 시장 안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곤 어머니와 함께 걸었다.
마침 5일 장이 서는 날이었다. 북적이진 않지만, 사람 간의 간격이 좁았다. 옆에서 걷다 이내 뒤를 따랐다.
"아잇, 엄마 미안."
가깝게 걷다 어머니 신발 뒤축을 밟았다. 어머니는 쿨한 손짓으로 내 말에 답하셨다. 다시 한번. 그렇게 연거푸 어머니의 양쪽 발뒤축을 밟아댔다.
"조금만 떨어져 걷자. 한걸음만 뒤에서 걸어~"
짜증 날 법 도한 일에 어머니는 쿨한 손짓과 따뜻한 음성으로 간격을 벌리라 하신다.
가족에게도 간격이 필요한 까닭
가족은 무척 가까운 관계이다. 내 의지로 시작한 관계는 아니지만. 가깝다는 건 자주 부딪칠 수 있다는 또 다른 말이다. 그래서 적정한 간격이 필요하다.
서로 볼 수 있지만, 서로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부딪치지 않는 간격. 가족이지만 서로 부딪치고 있다면 너무 가깝다는 신호가 아닐까. 신호가 울린다면 간격을 조정하자. 시장에서 어머니와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