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의식을 치르시고, 아버지와 나는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나와 산책을 했다. 이른 아침의 사찰의 풍경은 평화롭다. 위압적인 건물에 숨겨진 자연을 즐기며 걷기를 10여분. 어머니가 나오신다.
잠시 여유를 즐기기 위해 의자를 찾아 앉았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어머니가 약간은 무겁게 입을 떼신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 어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자녀들이 생전에 사셨던 집을 정리하러 갔지. 장롱 속에 약이 한가득 있었다는 거야. 나이가 들면 몸이 조금씩 고장 나거든.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말이야. 불편한 몸을 조금이라고 편하게 하는 약을 한사코 거부하신 거지."
"그럼 왜 약은 받아오신 거예요? 드시지도 않으실 텐데."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식들이 병원에 가라고 아우성이었을 테니까. 자식들이 걱정하지 않게 병원은 간 거지. 약도 잘 먹고 있노라며 말했을 테고. 할머니는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아.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일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자식이 잘못한 일이네. 드시는 것까지 확인했어야지."라며 비난할 사람을 찾았다. 이제 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따가웠다.
마음이 따갑다.
그런 결정을 하신 할머니의 마음은 모르겠다. 이야기를 듣는 자식 입장에서는 마음이 따가웠다. 부모님이 언제까지 건강하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무너진다. 부모님을 잘 들려다 봐야 하는 책임감과 다짐이 마음속에서 부유한다.
어떤 이유로 이야기 속 할머니가 약을 거부했는지, 그리고 죽음을 준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자식과의 소통이 원활했을까. 대화를 충분히 했다면, 그 생각을 막을 순 있었을까? 고요한 사찰을 명상하 듯 걷다가 하나의 생각이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