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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Jun 19. 2024

"직업이 두 개 정도 있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나만을 위한 일.

"직업이 두 개 정도 있는 건 좋은 거 같아요."


  번아웃을 겪은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먼 훗날 일이라 생각한 글쓰기. 꾸준히 했다. 운이 좋았고,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를 위한 글쓰기는 어느새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같이 걷다 보니, 글이 묶여 책이 나오기도 했다.


  연구로 돌아왔고 글쓰기와는 함께 하기로 했다.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써야만 했다. 시간의 빈틈을 뚫고 난 글을 쓰고 있다. 흘러가는 생각이 아깝고, 빛나는 글감이 아쉽기에 글쓰기는 멈출 수 없었다. 쓰고야 마는 삶으로 진입했다.


   N잡러가 대세라고 하니, 두 가지 일을 하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니다. 나도 글쓴이와 직장인을 병행이 시작되었다. 떠오른 작가님이 있다. 바로 곽재식 작가. 그는 소설가이자, 괴물 전문가이며, 교수다. 직업생활인의 성공척도라 할 수 있는 유퀴즈에도 출현했다. 그는 교수가 된 건 얼마 전이다.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글을 썼다. 글쓰기와 직장생활의 병행을 "꿀맛"이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 하나.


  "직업이 두 개 정도 있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침착맨과 곽재식 작가 (출처: 유튜브 침착맨)


  그가 한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힘들다. 관계에 치이고, 하고 싶지 않은 회식에 마음이 덜그럭 거린다. 그때, 마음에는 창작자가 꿈틀거린다. 의미 없는 일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는 글쓰기가 간절해진다. 간절한 마음은 밀도가 높아진다. 두꺼워진 마음을 딛고 글을 쓴다. 단박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 일은 자취를 감춘다. 


  반대 경우도 있다. 글 쓰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 않다. 빈 종이에 글자를 채우는 일도, 단어와 문장을 빼고 더하는 일도 고되다. 고뇌하고 앉아 겨우 써낸 글은 자체로 가치 있다. 하지만, 우린 "자본주의" 시대에 산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사회. 내 글은 돈으로 평가받는다. 환산된 가치는 빈약하다. 회사는 어떨까? 적응을 하면 반에 박힌 일의 비중이 커진다. 힘겨운 글쓰기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회가 된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드물지만 곁에서 알아준다. 거기다, 한 달에 한번 척하고 들어오는 월급이 모든 아픔을 치유해 버린다. 


  내 생각 하나를 더하고 싶다. 직장은 글쓰기의 글감이 되고, 글쓰기는 직장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직장에는 온갖 군상이 모여 산다. 빌런이 등장하고, 책에서만 보던 부조리를 체험할 수 있다. 마음이 힘든 순간이 바로 글감이 된다. 유퀴즈에서 천우희가 했던 문장이 후드득 떠오르며 피식 웃을 수도 있는 여유가 된다. 


  "내 인생이 점점 버라이어티해지는 군, 얼마나 잘되려고 이럴까? 에피소드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하지, 뭐"


(출처: 유퀴즈)


  힘겨운 일이 바로 글이 된다. 체험했으니, 그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가 어디 있으랴. 덤으로 강철 멘털은 곧 직장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있다. 직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구를 하는 나는 끊임없이 글을 써야 한다. 보고서가 되기도 하고, 기획서가 되기도 한다.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조금은(?) 수월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또한 강한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글쓰기와 직장이 나를 지탱하는 일이 될 테다. 글쓰기와 직장은 서로를 단단하게 할 테다. 직장의 어려운 일이 글감이 되고, 글쓰기의 어려움을 잊고 몰두해야 할 일이 직장에 놓이게 된다. 글쓰기. 어떤 직장에 있다 하더라고, 글쓰기는 내게 친구와 함께 가는 일이 되리라. 곽재식 작가의 말도, 천우희 배우의 말도 기억하며 오늘을 지내보려고 한다. 


  글과 직장을 병행하며 꿀맛을 조만간 느끼게 되리라. 글을 쓰며, 버라이어티해지는 인생을 보며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는지 피식 웃음 짓는다. 



  글 쓰는 모든 분들에게 힘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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