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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28. 2024

도서관의 가치

단순히 책만을 빌리는 곳이 아닙니다. 

도서관의 가치


  도서관에 갔다. 오랜만이었다. 집중할 시간이 간절했기에 찾은 곳이다. 얼마 만인지 되짚어 보니, 대학시설이 마지막이다. 대학원 땐 도서관에 갈 시간조차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게 된 도서관은 "동탄복합문화센터 도서관"이다. 크다. 멋들어진 건물.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나올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연결되는 통로가 많았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로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도서관은 북적이며 고요했다. 1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2층에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 3층에는 공부를 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목적지는 3층. 가는 길에는 각종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빛과 그림자 레이저 매직쇼", 저자가 직접 나서서 독서를 독려하는 강의도 있다. "다시 시작하게 힘을 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코너도 있고, 사람이 곧 책이라는 문장 아래, 노하우를 전하는 소통 기반된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흥미로움에 젖었다. 목적을 잊을 뻔했다. 3층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엉덩이가 들썩 거렸다. 궁금했다. 가벼워진 엉덩이는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발소리를 죽이며, 2층으로 둘러봤다. 책장 틈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책을 읽는 분들도, 골똘히 생각하는 분들도, 열심히 쓰고 계신 분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책장을 옆에 두고 걸었다. 오랜만에 온 도서관을 거닐었다. 



  도서관. 멀리 가보자. 최초의 도서관은 어디일까? 기원전 7세기. 왕 이름을 딴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이다. 글이 만들어졌고, 정보는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기록물의 부피는 컸고, 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왕은 자신이 이룩한 문명을 보호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학문을 사랑했기 때문이었을까? 왕은 도서관을 만들었고, 온갖 자료를 모았다. 덕분에 우린 길가메시 서사시와 에누마 엘리시 같은 3,000년 전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럼 도서관은 책만을 보관하고 분류하는 장소이기만 할까? 아니다. 도서관은 '누구나' 공평하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이다. 요즘 누가 책으로 지식을 찾냐고 한다. 검색 엔진을 돌리면 다 찾을 수 있다 자신한다. 아니다. 시간이 쌓아둔 기록들이 모두 전산화되지 않았다. 중요한 기록들은 여전히 책에 있는 경우가 잦다. 


  책은 보존 가치도 여전히 강하다. 전기가 필요하지 않고, 언제든 펼치면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는 전자 자료가 언제 유실될지 누가 알고 있으랴. 자료 데이터베이스를 모르는 무식자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책은 지식의 최후의 보루라 생각한다. 보루가 모여 있는 요새가 바로 도서관이다. 거기다, 컴퓨터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 지식을 접할 있는 기회를 여전히 제공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끝이 아니다. 도서관은 사람이 오간다. 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는 듯 콘텐츠를 제공한다. 바로 사람들 간의 교류가 생기는 물리적 공간이자 안전한 장소를 제공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친목의 장이 되기도 하고, 부모로 태어나 성장하는 이들에게 교육 시설, 낯선 나라에 와 일을 하는 이들에게 언어와 문화를 일러주는 장소, 사정이 어려우신 분들과 지갑에 돈이란 없는 청소년들에게 안정한 피난처가 된다. 도서관은 많은 이들에게 디딤돌이 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보고 정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기록들을 보존하고 공평하게 전달하며, 사람들과 편하게 관계망을 형성하는 장소다.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복지다.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우린 서있다. 책은 낡은 매체로 취급받고, 도서관은 고대 유적처럼 치부한다. 아니다. 지식을 보존하고, 사람 관계망을 유지하는 장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라는 디딤돌을 딛고 우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참 책장을 지나가 시계를 봤다. 딴생각을 너무 많이 한 모양이다. 오늘 해야 할 일 찾아 3층으로 올라간다. 도서관. 많은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도서관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렵다.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곧 또 와야겠다. 도서관을 향유하고 싶다. 



참고자료

  - 공공도서관이 필요 없다고? No! "시민사회 복원, 도서관에서 시작하자"

  - 독서실이 아닌 도서관이 필요하다

  - 도서관의 가치와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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