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May 21. 2024

서로의 버블을 만나 새로운 세계로.

갈등의 대가의 안온함.

서로의 버블을 만나 새로운 세계로.


  <버블>은 갈등이 모두 제거된 미래 세상 한 구석을 다룬다. 작가가 상상한 미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갈등. 전염병처럼 우리 사이사이에 스며있다. 남자와 여자, 청년과 나이 든 분들, 지역과 지역, 인종과 인종, 종교과 종교,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 때론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사이. 모양도 시간도 다양하지만, 오랜 시간 갈등은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으며, 결국 다툼이 우리 인류를 사라지게 할 테다. 


  인류는 언젠가 멸망한다. 지구도, 태양도, 우주에도 한계가 있으니 인간은 말해 무엇하랴. 아마 인류를 서로를 적이라 이름 붙이며 갈등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고 말지 않을까? <버블> 세계는 갈등으로 한 줌 남은 인간 집단으로 시작된다. 


  국가라고 말하기도 아쉬운 숫자가 살았다. 인간은 늘 그랬듯이 답을 찾는다. 인류의 멸절을 막고, 인류라는 종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단서는 고고학자들이 찾았다. 접촉 단계를 나눈다. 접촉을 최소화한다. 서로를 증오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다. 


  바로 버블이다. 공동체의 모든 공간을 나누는 데 쓰이는 물체이자 인공지능이다. 명령에 따라 투명해지고, 불투명해진다. 이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나누며, 살아가는 일에 불편을 덜어준다. 변한 세상에는 또 다른 규칙이 생긴다. 인류를 구하기 위한 질서다.


  "1. 서로 공유하는 정보의 양을 제한할 것."

  "1. 최소한의 단위로 버블에 거주할 것."

  "1. 버블의 밖에서는 눈을 감을 것."



  이름도 사라진다. 직업과 번호로만 불린다. 거주지도 촘촘히 구분된다. 주인공 07은 중앙의 평가자다. 온전히 독립된 주인공. 외롭다. 07을 보호하는 버블이 답답하다. 홀연히 나타난다. 126. 여기서 나가자 한다. 07은 절차를 밟는다. 126의 도움을 받는다. 타인과 대화하는 법, 인사하는 법, 감사하는 법. 익힌다. 아직도 호기심은 남았다. 벗어난다. 할 걸음. 견고해 보이는 버블에 쩍 금이 간다. 다시 한 걸음. 완전해 보이던 세계에 틈이 생겨버린다. 주인공은 어떤 진실을 마주할까?


  책은 멈출 수 없이 흥미진진하다. 작가가 그려놓은 세상을 머릿속에 옮겨 그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로운 세계에서 던지는 질문이 만만치 않다. 소설 속 스쳐가는 등장인물이라도 된 듯 고민을 몇 줄 적어두었다.


  우린 각자의 버블 속에 산다. 두려움이 커질수록 단단하게 만든다. 거부당할 불안, 오해받은 걱정, 갈등이 시작되리라는 염려. 버블에 깊게 파묻히면 안전할까? 점점 외로워진다. 버블을 벗어던지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타인에게 달려가야 한다. 용기를 내야 다른 이의 버블을 걷어내고 진심을 알 수 있다. 내동댕이 쳐질 수 있다. 때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다만, 타인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짜릿함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갈등이 인류를 멸절한다는 두려움으로 갈등을 제거한다면 우린 인류애가 사라진, 구더기가 무서워 된장을 담그지 못하는 인류가 된다. 만나고, 이야기하며, 눈을 맞추어야만 해결할 일들이 수두룩 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나? 갈등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우린 우정, 사랑을 얻었음을 잊지 말자. 


- [나누고 싶은 문장] Book gardener`s sentence

*특별 가제본 기준

혼자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 싸우겠지. (page 30)


눈으로 본 걸 넘어서면 되지. (page 64)


네가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처받을 거야. (page 140-141)


  입술 사이로 심장이 새어 나갈 것 같았다. 별안간 귀가 트인 듯이 사발의 소리가 크게 들렸다. 온 몸의 감각이 곤두서서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146-147)



 창비 이벤트에 응모했습니다. "소설 Y 클럽 11기" 특별 가제본과 작가님이 쓰신 특별한 손 편지를 받았습니다. 작가님이 적어둔 세상에서 재미있게 노닐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기회를 주신 창비에게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버블 #소설 Y #창비 #블라인드서평단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챗봇을 만드는 매뉴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