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A/S 상담소>는 관계를 고치는 이야기다. 우린 모양이 여럿인 관계망에 걸려 산다. 친구이기도, 가족이기도, 직장동료이기도, 연인이기도 하다. 세상을 혼자 살수 없다는 진부한 말처럼 그들이 없다면 우린 살기 어렵다. 관계망이 순탄치만 않다. 온갖 방법으로 상처를 낸다. 방향은 나와 그들을 가리지 않는다. 탈이 난다. 고장 난 관계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희미해지지 않는다. 그 시간 그곳에 멈춘다. 이미 지나갔으니, 고칠 방도도 없다. 신경이 거슬리게 눈에 아른거린다.
주인공은 혜주. 그녀는 배려 끝에 동준에게 상처를 남기고 헤어진다. 관계는 멈췄다. 아팠다. 상처가 혜주에게 기회를 준 모양이다. ‘첫사랑 A/S 상담소’가 눈에 띈다. 속는 셈치고 전화를 건다. 혜주보다 혜주를 더 잘 안다. 혜주는 첫사랑을 지목한다. 고등학교 때 만난 사람. 아니다.
첫사랑은 무엇일까? AI 목소리가 답한다. “저희가 첫사랑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상대의 세계에 자신을 모두 던져 넣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사람. 그리고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첫 번째 사람입니다. 조혜주 님께는 이동준 님이 그런 분이었습니다.” 몇 번의 상담이 오간다. 혜주의 첫 사랑은 헤어진 동준이다. 마음이 따갑다. 찾아가 오해를 푼다. 단단해진다.
주인공 주변엔 탈 난 사람이 많다. 첫사랑을 오해하고 있는 분도 있다.
용기를 내지 못해 빗나간 첫사랑.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첫사랑.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랑.
언제부터 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 시간 어긋난 사랑.
아픈 상처를 숨긴 채, 어쩌다 다시 만난 사랑.
그들도 삐걱거리는 사랑을 고치고 싶어한다. 의심하던 이들. 파손된 자신을 본다. 고치고 싶다. 간절함은 믿음으로 교환된다. 상담이 이어진다. 지나간 과거. 아쉬운 관계. 고칠 수 없는 이들. 어긋난 순간들이 떠오른다. 어디부터 어긋났는지 더듬거린다. 상담소는 어루만진다. 용기를 내 각도를 바꿨다.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본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랑은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기회로 삼는다. 오랫동안 사랑을 곡해했던 분은 뒤늦은 첫사랑을 시작한다. 아픈 상처를 온전히 보여주며 우연이 만들어준 기회를 잡아낸다.
과거가 마법처럼 바뀐다. 믿을 수 없는 상황. 이게 바로 판타지일까? 아니다. 서로 다른 우주를 짊어지고 있는 이들이 만나 사랑을 하는 일이 바로 판타지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가 아무런 소리 없이 지나는 일이 사실 이상하다. 덜그럭 거리는 연인관계. 여러 고난을 겪고 이제는 안정화되는 관계까지. 우리도 하나쯤 고치고 싶은 사랑이 있다.
지난 시간에 고정된 기억. 아쉬움, 안타까움, 아련함. 서로 다른 우주를 지고, 어긋난 첫사랑이 아쉬운가? 고단한 사랑이 쉽지 않은가? 용기를 내지 못해 놓친 사랑이 있는가? 그럼 책을 펼쳐보자. 책이 응답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