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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Feb 01. 2023

액트 오브 킬링 (2014)

- 나 자신의 자기 중심성에 대한 인식이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다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출연 : 안와르 콩고, 헤르만 토고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4위에 랭크된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을 보았다.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대강 알고 있어서 보기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보았다. 2시간 40분이나 이런 끔찍한 내용을 보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았는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또 계속 보게 되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서 읽어봤는데,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간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일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10여 년 머물렀는데, 그러면서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을 알게 되고 가해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자신들의 대학살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왜 이런 걸까? 궁금해서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장 5년의 시간을 들여 만든 다큐멘터리로 실제 대학살의 가해자에게 그 당시 상황을 재연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자신의 자랑스러운(?) 과거를 영화로 제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실제로 안와르 콩고헤르만 토고가 배우와 연출을 일임하고 그들이 만드는 영화를 다시 오펜하이머 감독이 찍는 식의 다큐 영화다. 영화의 오프닝에 이해를 돕기 위한 짧은 설명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옮겨 본다.


1965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부가 장악하였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면 공산주의자로 몰렸다. 노조원, 무전농민, 지식인, 화교가 그들이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서방 정부들의 원조로 백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들이 살해됐다. 군은 불법 무장 단체와 폭력배인 프레만들을 살인에 동원했다. 이후 그들은 정권을 잡았고 반대 세력을 줄곧 박해했다. 그 살인자들은 우리를 만나 자신들이 했던 일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사람을 죽였던 모습을 재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따라가고 그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흥건히 고인 피 냄새가 고약해 피가 덜 나오게 하려고 전선을 이용해 이렇게 사람을 죽였다고 얘기하는 안와르 콩고(본인), 어떻게 사람을 골라다가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새롭고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끔찍하게 잔인한 이야기들이 계속된다. 


커다란 테이블 다리 밑에 사람의 머리를 넣고, 그 위에 여러 명이 올라가 앉아서 쿵쿵댔다는지, 공산당원이라고 잡아와서 그의 어린 딸을 그의 눈앞에서 눈을 파내고 보조개를 찢어내고 팔다리를 잘라내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잔학한 행동들을 해왔었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며 재연한다. 



애초에 명분이 되었던 공산당원 축출, 사회 안정화는 이제 온 데 간데없다. 마구잡이로 잡아와서 마구잡이로 죽인다. 그 행위 자체를 즐기면서.




사실을 전달해야 할 기자가 군부 정권의 개가 되어 프로파간다에 앞장서고 그 과정에서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도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생명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데에도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이 악몽을 꾸고 있음을,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대가를 어느 모양이든, 어떤 강도로든 치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문을 하는 역할이 아닌, 고문을 당하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공포심, 자신의 존엄성이 파괴됨을 느낀다. 온몸에 휩싸이는 공포가 자신이 죽였던 수많은 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정말 죄를 지은 건가요?"



 

나는 사람의 본질이 본디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행동을 선택한다고. 선행조차도 '내가 사랑받기 위함'이 전제되어 있다고 '내가 옳고 도덕적이라는 확신' 그것을 타인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을 떠올릴 때 아우슈비츠, 히틀러가 거의 상징처럼 떠오르지만 이 영화 <액트 오브 킬링>에서 명분을 부여받은 깡패 집단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내가 정말 죄를 지은 건가요?"

"그게 다 나한테 돌아오는 건가요? 그건 아니면 좋겠네요.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훈장으로 여겨왔던 일들이 '죄'일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잘못했다'라는 것에 대한 후회와 슬픔이 아닌 '이게 만약 죄라면 신이 나에게 불행으로 돌려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안와르 콩고는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게 한 일 때문에, 시체가 되어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눈이 아른거려 악몽을 꾸고 구토를 하지만 결국 그를 가장 사로잡는 감정은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를 불행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걸 알아야 나 자신을 경계하고 나의 행동을 검열한다. 살인마저 합리화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살인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나는 아니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평화를 만든다. 


이 리뷰에는 적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저급한지 알 수 있는데 그런 관점 자체가 선진국의 일원으로 저들을 계몽시키려는 것처럼 보여 불편함이 아예 없진 않다. 하지만 수년을 취재하고 촬영해서 결국에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오펜하이머 감독의 뚝심(장인 정신)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자기 자신이 악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공동체를 평화롭게 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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