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마다 원하는 흙이 다르다.
기껏 식물을 구매하고 다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흙을 구매하기 위해 '흙'이라고 검색했더니 엄청나게 나오기 시작했다. '배수가 좋은 흙'부터 '영양이 많은 흙'까지 또 어떤 가드너는 식물에 맞게 흙을 배합해야 한다면서 '펄라이트'부터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쓰며 설명하고 있었다. 눈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겨우 흙 고르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일인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용어들을 마주했을 때 겁이 났던 이유는 '식물이 잘못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흙은 식물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다. 영양분을 주고 뿌리를 내리고 서 있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식물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흙으로 해주고 싶었고 더 찾아보면 올리브 나무에게 적합한 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한 줄기 빛 같은 제품을 발견했다. '분갈이용토' 토는 분명 흙일 테니 관심이 갔다. 상세페이지를 열심히 읽어보니 어떤 식물이든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또한 영양이 풍부해서 식물들이 잘 자란다고 쓰여 있었다. 혼란을 겪고 있는 나에게 '그냥 이걸 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옵션을 고르려는 순간, 또다시 결정장애가 오기 시작했다.
'꽃용', '열매용', '나무용'….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일단 내가 구매한 올리브 나무는 혼자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열매용일까? 하지만 열매를 맺기보다 더 크게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럼 나무용일까?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상품 판매자에게 연락을 남길 수 있었는데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른 해답이었다.
나: 안녕하세요! 올리브 나무 분갈이를 해주려고 하는데요 어떤 흙이 좋을까요?
사장님: 아 그럼 마사토랑 분갈이 흙 사면돼요!
나: 엇 열매용 나무용 중에 뭐가 좋아요?
사장님: 큰 차이는 없지만, 나무용으로 구매하세요!
나: 감사합니다!
드디어 어려운 용어들 속에서 흙을 구매했다. 사실 처음부터 사장님한테 물어볼걸 싶기도 하지만 여러 용어를 배웠으니 나는 가드너로써 한 발 더 내디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는 걸 올리브 나무는 알아줄까? 흙을 고르는 한 단계를 넘어섰으니 귀여운 삽과 장갑을 사러 다이소로 갔다. 최근 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추세여서 그런지 따로 원예 코너가 있었다. 바구니에 삽과 장갑을 담으며 보는데 마사토와 분갈이용토가 여기도 있었다. 다이소는 정말 다 있었다. 과장 광고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왔었더라면... 아니다 '나는 흙을 조금 배웠다.' 라며 정신 승리했다.
- 마사토는 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화분에 첫 번째로 깔아서 흙의 누수를 방지하고 배수를 좋게 만들어준다. 굵을수록 사이의 빈 공간이 커질 테니 배수가 좋아질 것이다.
- 분갈이용토는 상토라고 부르기도 하며 우리가 아는 흙을 말한다. 여기에 이런저런 배합을 통해 식물에 따라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라 나무용 열매용(과실용) 꽃 용 이런 식으로 나뉘는데 어마한 비율로 배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비슷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이 흙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