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삐걱거렸던 첫 출근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마케터로서 계속해서 커리어를 준비해왔다. 대외활동, 인턴 등등 커리어 패스를 준비해왔던 나에게 공백기가 꽤 길게 왔다. 좋아하는 회사(대기업)로만 지원을 하다 보니 점점 길어졌고 눈을 낮추고 좀 더 비전 있는 곳을 택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 또 커리어를 쌓고 더 좋은 곳으로 옮기고 그러는 거지 회사가 나를 위해 평생을 있어주진 않을 거니까 '
화려한 포트폴리오에 하나를 더 추가하기 위해 알아본 곳은 마케팅 에이전시였다. 마케터들은 1차적으로 에이전시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옮긴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원을 했었다. 여러 일들을 다 도맡아 하는 것쯤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면접 동안 너무 좋은 기운을 받았다. 정말 물어봐야 할 것들을 물어보셨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 뷰티 카테고리에 일하고 싶다라고도 했고 연봉 관련해서도 잘 말했던 것 같다. 대형 회사들의 마케팅을 하는 곳이다 보니 나에게 좋은 비전이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열정을 쏟아낼 곳이라고 생각했다.
본부장님이 직접 전화를 하셔서 합격소식을 전하셨다. 사실 인사팀 쪽에서 연락을 아직 주지 않았기 때문이만, 나랑 일하기 위해 다른 인터뷰이들을 정리했다고 말씀하시고 그만큼 나랑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처우나 복지 관련해서 설명을 들었다. 인턴으로 일 할때보다 연봉을 낮추셨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바로 출근하기로 했다.
첫 출근 - 이때부터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인사팀은 이때도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내 자리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작은 노트북 하나가 놓여있었다. 사수는 마치 알아서 하라는 듯 인사를 대충하고 여기 보면 예전에 했던 것이 있으니 그냥 읽어보라고 했다. 셀에 있는 다른 팀원부터 다른 셀의 팀원까지 아무와도 인사시켜주지 않았다. 갑자기 회의에 같이 참여하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프로젝트의 회의에 참여했다. 콘텐츠 업로드 일정 관련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간 것인지는 내가 파악을 해야 하는 건인가 혼란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갑자기 기획안을 작성하라고 했다. 아니 제가 무슨 설명을 들었던가요?라는 의문이 가득했는데 전에 이 기획안을 보고 만들면 된다고 했다. 아 얼마나 정리를 잘해놨으면 보고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했는데 이것은 잘못된 긍정 회로였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 입사 관련 등록은 전혀 되지 않았다.
회사 아이디는 인사팀에서 오타를 내고 아이디를 다시 삭제하고 만들어지는 동안 기획안을 계속 보고 있었다. 기획 관련해서 알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냥 흉내를 내고 컨펌을 받으며 물어보려 했다. 사수는 잘하고 있는지 간간이 물어보곤 했는데 작은 노트북으로 빠르게 일을 할 수 없었고 맥북을 사용하던 나에게 윈도를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걸렸다. 한참을 헤매고 있던 나에게 드디어 컴퓨터가 설치되었는데 또다시 최적화를 진행해야 했다.
비효율적인 업무를 주고 아무 관심이 없는 사수 등 뒤의 나는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와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이게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