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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Oct 12. 2023

주말에만 여는 카페


  "오~ 엄청 신기하다!"


  우리 동네에 주말에만 여는 카페가 생겼다는 아내의 말에 호기심이 가득 생겼다. 토, 일에만 열어서 토일을 빨리 발음한 '퇼' 커피라 했다.


  "여기 사장님 이름이 밀리래, 엄청 귀엽다!"


  밀리라는 이름은 군필자인 나에게 곧장 군대를 뜻하는 밀리터리를 연상하게 했고, 그럼 당연히 남자 사장이겠지 싶었다. 타오르던 호기심이 극도의 경계심으로 차가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내가 사장놈이 귀엽다고 하니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질투가 사랑으로 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사장님의 얼굴을 사진으로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한 마디.


  "여기 사장님, 진짜 귀엽다!"


  커피에 진심인 편인 데다 귀여운 건 또 못 참는 성격인지라 돌아오는 주말에 가보기로 했다. 손꼽아 기다려온 주말이 찾아왔다. 늦은 오후, 편한 츄리닝 차림에 모자를 곁들여 동네주민룩을 완성하고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카페는 외진 골목 안에 있어 찾는데 애를 먹었다. 


  "오, 저긴 가봐! 사장님이 나와 계시네."


  눈에 띄는 간판도 없어서 그냥 지나칠 뻔하다가 귀여운 사장님이 나와있는 걸 발견한 순간이었다. 밀리 사장님은 귀여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봤다. 아니 우리는 손님인걸요? 카페 문을 연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사장님의 영업 실력이 영- 신통치 않아 보였다. 매장 안에 들어가려고 보니 이미 만석이었고 사장님의 못마땅한 표정의 배경은 이미 장사가 잘 되고 있었던 데서 온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배짱장사인가..?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주말에만 여는 카페라 다시 일주일을 기다렸다. 오늘은 기필코 카페에 들어가고야 말리라는 굳은 결심을 한 채 아내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밀리 사장님이 문 밖에 나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장님이 지난주보다 경계심을 풀고 우리에게 관심을 표하는 거로 봐선 카페에 자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무야호!!! 아니나 다를까 카페에 자리가 있었다. 드디어 맛난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차례가 된 것이다. 


  카페는 바 형태의 작은 규모였다. 바를 비롯 내부 인테리어가 원목으로 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이었다. 제일 안쪽 벽에 붙은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한 포스터가 청량감을 더해 주고 있었다. 필터커피 전문점으로 서너 가지 정도의 원두 중 하나를 골라 주문할 수 있었고 디저트는 직원이 직접 만든 카이막과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있었다.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원두를 골랐다. 두 가지 커피를 모두 맛보려는 목적에서였다. 디저트는 이름부터 궁금했던 카이막을 주문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품절이었다. 


  바를 사이에 두고 카페 직원이 커피를 정성스레 내리는 모습을 보니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해졌다. 이윽고 커피가 나왔다. 카페 직원은 원두 산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첫 모금엔 어떤 맛이 나고 바디감은 어떠하고 나중에는 어떤 맛과 뉘앙스가 나는지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아내와 함께 커피를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었다. 이야기한 그대로였다. 



  아니 하나 더,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가 마신 건 아이스커피였는데도.



  '밀리 사장님은 귀여운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봤다.'


'사장님이 지난주보다 경계심을 풀고 우리에게 관심을 표하는 거로 봐선 카페에 자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바를 비롯 내부 인테리어가 원목으로 되어 있어 따뜻한 느낌이었다. 제일 안쪽 벽에 붙은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한 포스터가 청량감을 더해 주고 있었다.'


'이게 바로 따뜻한 아이스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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