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잘해주시면 단골이 되는 수밖에 없어요!?”
따뜻한 아이스커피가 인상적이었던 첫 방문 이후로 퇼커피가 열리는 주말이 기다려졌다. 모태신앙인인 내가 교회는 빠지더라도 퇼커피는 빠진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귀여운 밀리 사장님은 매주 봐도 질리지 않는 귀여움 보유자여서 볼 때마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밀리 사장님이 카페 문 앞에서 늘 감시하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카페 직원도 늘 친절해서 좋았다. 특히나 밀리 사장님의 삼엄하고 날카로운 눈을 피해 새로운 원두로 내린 커피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곤 했는데 커피에 진심인 내게 이런 식으로 굴다니.. 어쩔 수 없이 이 카페의 단골이 되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오픈런을 한다거나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다 보면 밀리 사장님은 한쪽에서 낮잠을 자고 카페 직원과 단 둘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가곤 하는데 그날은 왜 주말에만 카페를 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주중에는 회사 다니거든요.”
비밀이 하나 풀렸다. 아니 또 다른 궁금증이 연이어 생겨나서 물었다.
“그럼 언제 쉬어요???”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주중에 공휴일이 있을 경우에나 겨우 쉰단다. 그것도 온전히 쉬는 게 아니라 카페에 쓰일 원두를 볶거나 디저트를 만든다고 했다. 말로만 듣던 갓생러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공휴일이 끼지 않은 대부분의 평일에는 퇴근 후 밤늦게까지 원두를 볶고 디저트를 만들고 거기에 더해 커피에 대한 연구까지 한다고 했다. 원두까지는 그러려니 한다지만 디저트까지 이렇게 지극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시제품을 사용한다던가 다른 디저트 판매점에서 수급한다 해도 커피가 워낙 맛있으니 괜찮을 터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든다면 괜한 수고를 덜 수 있을 텐데 이 직원의 고집은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하고많은 디저트 중에 카이막을 직접 만든다니 이럴 일인가 싶은 거다. 카이막은 튀르키예 전통 디저트로 우유의 유지방을 모으고 모은 다음 농축시킨 거라 상당히 진하고 꼬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지녔는데 그 만드는 과정은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야 만들 수 없는 디저트다. 이 카이막을 만드는 것도 보통 정성이 아닌데 여기에 더해 곁들여 먹는 치아바타 빵까지 직접 구워 만든다고 하니 카페 직원의 피, 땀, 눈물이 섞여 들어간 걸작이 아니랄 수 없었다.
퇼커피에서 맛 볼 수 있는 카이막을 대충 이야기하자면 이러하다. 새하얀 눈을 닮은 카이막을 한 스쿱 덜어내고 그 곁에 달달한 꿀을 살포시 자리하게 한 다음 새카만 올리브 4조각을 토핑해서 따뜻하고 바삭하게 구운 치아바타 빵과 함께 나온다. 퇼커피에서 카이막을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튀르키예 현지에서 먹는 카이막보다 더 꼬소하고 눅진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맛을 지닌 카이막이 여기 대한민국 퇼커피에 있다. 반박 시 당신 말이 맞긴 하다. 왜냐면 나는 튀르키예에서 카이막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밀리 사장님의 치명적인 귀여움이 카페 영업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카페 직원의 커피와 디저트를 향한 진심 또한 그에 못지않아서 신비로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