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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Nov 06. 2023

오키로북스의 탄생(1)


  오키로북스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 오키로북스는 '카페 오키로미터'가 그 시작이었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커피깨나 내려봤던 오사장(현 오팀장)은 안온한 삶을 꿈꾸며 한적한 부천 어딘가에 카페를 열어제낀 것이다. '오키로미터'라 명명한 데는 오사장이 좋아하던 동물에서 유래됐다. 젊은 시절 불투명한 미래로 고민이 많던 청년 김병철(맞다 오팀장의 본명)은 운동을 배운다는 핑계로 태국으로 훌쩍 떠났더랬다. 어쩌다 보니 4년이나 머물게 됐는데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던 그가 태국에서 사랑에 빠진 동물은 코끼리였다. 어마무시하게 큰 동물이지만 온순하고 친근한 코끼리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마침 호기롭게 열게 된 카페 이름을 고민하다가 불현듯 떠오른 이름이 바로  '오키로미터', 코끼리의 걸음 속도였다. 그럭저럭 카페를 운영하던 중 서점도 열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서점 주인이 되는 걸 꿈꿔왔는데 카페를 열어 운영하다 보니 서점이라고 못 열까 싶었던 거다. 오키로북스의 모태가 되는 '오키로미터 북스토어'는 그렇게 문을 열게 되었다. 


  서점을 운영하던 김 씨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책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의 사업 목록에 '출판업'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 경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근근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나날들이 늘어만 갔다. 어느 것 하나 잘 되어가는 것이 없어지니 삶의 의욕도 점차 잃어갔다. 밤늦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새벽 늦게서야 잠들었다가 다음날 정오가 가까워서야 눈이 떠졌다. 궁여지책으로 몇 안 되는 서점 손님들을 상대로 워크숍을 열어보았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게 좋았을지 모르겠다. 그 무렵 오키로북스의 손님 중에 눈에 띄는 한 인간이 있었다. 워크숍에도 종종 참여하는 여자 사람이었는데 그녀가 참여하는 워크숍과 참여하지 않는 워크숍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도 너무 달랐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던 그녀는 밝고 좋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 워크숍의 분위기를 한층 환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뒤론 워크숍을 열 때마다 그 인간을 애타게 찾아댔다. 어느 날엔가 김 씨가 인디자인(책을 비롯한 문서 디자인 툴)을 배웠는데 실습을 하려니 원고가 딱히 없었다. 그가 쓰기엔 필력이 쪼꿈 부족했다. 그때 떠올랐던 인간이 바로 밝은 에너지의 그녀였다. 그 인간의 이름은 '김경희', 그때 출간한 책이 바로 독립출판계의 핫이슈 '찌질한 인간 김경희'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umankkh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지게 된 김경희가 있었고 우연찮게 굉장한 책을 만들게 된 오사장이 있었다. 오사장은 이를 빌미로 김경희에게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여러 번의 고사 끝에 잠깐 돕고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김경희는 그렇게 오키로북스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초고속 승진 끝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오키로북스가 탁월한 인재 김경희를 영입한 뒤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다지 독서엔 취미가 없었던 오팀장은 운명처럼 인생책을 만났고 그야말로 인생이 뒤바뀌었다.



  그 책은 바로...   





  (다음 이 시간에...)


  






* 사실에 입각해서 쓰려고 했습니다만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을 제가 모으고 모아 쓴 글이라 제법 다른 내용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비는 내용은 제가 상상으로 채워 넣기도 했거든요. 


애정이 다소 깊은 오키로북스에 대한 글을 쓰려니 괜한 누를 끼칠까 싶은 마음이 크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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