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토를 카페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커피 베이스 나시노키(Coffee Base Nashinoki)로 가자.
교토는 천년의 수도를 지냈던 도시답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과 유적지가 가득하다.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물처럼 느껴질 만큼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교토를 여행할 때면 하나의 거대한 사찰 안을 둘러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교토를 떠나는 날 방문했던 '커피 베이스 나시노키'는 그런 면에서 작은 교토를 만난 것만 같았다.
'커피 베이스 나시노키'는 교토의 사찰을 닮은 목조 건물이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소박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대적인 깔끔한 인테리어에 시크한 검은색 커피 기기들이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외관만 보았을 땐 일본 전통 찻집 같은 인상이어서 내부도 그런 모습일까 섣불리 예상하고 있던 탓이었다. 대표 추천메뉴가 눈에 띄어 주문했다. 콜드브루 커피와 밤 만주 세트였다. 금방 나온 메뉴를 들고 앉을자리를 찾았다. 카페는 아담한 정원을 품고 있어서 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명당처럼 느껴졌다. 낭만을 즐기는 사람처럼 처마 밑에 걸터앉으려다 이내 돌아섰다. 그날 1시까지 마감해야 하는 온라인 글쓰기 과제가 있었으므로 내겐 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필수였다.
그때 별채처럼 보이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통창이 정원 쪽으로 커다랗게 나 있어 처마 밑 자리 다음으로 둘째 가는 명당자리 같았다. 큰 창 안으로 들여다보니 마침 테이블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나이스 캐치, 매 같은 눈으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재빨리 찾아낸 내가 새삼 기특해지는 순간이었다. 별채 공간은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원형의 좌식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아담한 정원이 잘 보이도록 자세를 고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보았다. 콜드브루 커피 특유의 깊고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눈을 가볍게 들어 창으로 은은히 쏟아지는 푸른 풍경을 감상해 보았다. 싱그러웠다. '싱그럽다'라는 표현이 이토록 어울리는 풍경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함께 주문한 밤 만주를 꺼내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겉모양은 흔해빠진 만주와 다름없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하이얀 팥앙금 사이로 노오란 통밤이 함께 어우러져 적당히 달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었지만 나에겐 글쓰기 마감의 압박이 시작되고 있었다. 부지런히 글을 써 내려가다가 글이 막힐 때면 고개를 들어 푸릇한 풍경을 마주했다. 마감의 압박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는 순간이었는데 그럴 때면 다시 글을 이어나갈 힘이 생겼다. 싱그러움이 주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랄까? 덕분에 글을 한 편 완성해 낼 수 있었다.
여유가 찾아오자 카페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작은 규모의 사찰 같기도, 일본 전통의 가옥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담한 정원을 사뿐한 걸음으로 둘러보았다.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과 크고 작은 돌들, 아주 아주 작았으나 시냇물도 흐르고 있었다. 잠깐 사이였음에도 단정하고 차분해지는 마음이었다. 교토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그 마음과 꼭 닮아 있어서 좋았다.
교토와 닮은 카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에 가보자. 작은 교토가 여기에 있다.
커피 베이스 나시노키의 위치는
https://maps.app.goo.gl/WpX5Jd7o92owm8w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