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며 아내가 활짝 웃었습니다. 딸도 까르르 웃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졸지에 딸 둘을 키우는 홀아비가 됐기 때문입니다. 아마 셰프가 보기에 저와 아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내는 제법 미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 저는 최근에 그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그 비밀은 아침 식탁에서 발견됐습니다.
20년 전 아내와제가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아내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는 애가 탔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난처한 상황이 되면 노멀 한 남사친 역할로 슬그머니 물러서며 무마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라식 수술을 하는 날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저는 아내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가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챙겨줬습니다. 눈에 거즈를 붙인 아내는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제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가려고 돌아설 때 아내가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 저와 사귀자고 말했습니다.
수술 후 안경을 벗게 된 아내는 더 예뻐졌습니다. 그리고어찌어찌 우리는 결혼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결혼 뒤에도 아내는 여전히 무뚝뚝했습니다. 눈이 밝아지고 더 미인이 된 아내는 어쩌면 나와의 결혼을 후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무뚝뚝했으니까요.몇 년 전까지는요.
그게 아마 라식 효과가 사라지고 아내가다시 안경을 쓰기 시작했을즈음이었습니다. 아내는 눈이 나빠진다고 투정하고 병원을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약해지고 안경 없이는 일을 못하게 된 뒤 아침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무뚝뚝했습니다. 아침을 이렇게 차린 적도 없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저는 매일 아침 풍성해진 식탁을 보며 서서히 깨달았습니다.
아내는안경 쓰고 일할 때는 여전히 저에게 무뚝뚝합니다. 하지만 안경 안 쓸 때는 이제 절 보고 웃어주기도 합니다. 아침도 이렇게 차려줍니다. 밥 먹을 땐 안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눈이 잘 안 보이게 되자 제가 대충 사람처럼 보였던 겁니다! 맞습니다! 시력이 그 비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