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We are the world!

by allen rabbit

1985년의 미국은 참 좋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영화도 그렇다. 1985년 아카데미 수상작은 <아마데우스> <킬링 필드> <인도로 가는 길> 등이었다. 그 해 <인디아나 존스>는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치부돼서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바로 전해에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이 본상은 하나도 못 받고 시각효과 부분 공로상이나 받던 그런 때였다.

고상함과 품위 그리고 격조를 우선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미국 영화도 그렇고 이 다큐에서 비치는 미국의 모습도 그렇다. 매킨토시가 출시된 시절.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 싸우던 시절. <백투 더 퓨처>가 극장에 걸렸던 시절.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가장 안전하며, 가장 희망에 찬 나라였다. 아메리칸드림이 정말 있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나는 이 다큐를 보며 마음이 어지러웠다. 당시에도 미국에 인종이나 사회적 갈등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텐데, 왜 옛날 그 시절은 이렇게 좋게만 보이는 걸까? 시상식에서 수상자의 마이크를 뺏거나, 농담하는 누군가의 뺨을 후려치지 않던 시절이라 그럴까? 다큐에 비치는 미국의 밤거리는 활기찼고, 흑인들은 길거리에서 춤 솜씨를 뽐냈다. 그 해 개봉했던 <플래시 댄스>의 주인공도 밤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했고, 백인들은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댄서들을 흑인들과 함께 보고 즐겼다. 비 오는 거리에는 흑인 경관이 춤을 추며 교통정리를 했더랬다. 역시 이 다큐에서도 아이들은 인종을 불문하고 뒤섞여 다 함께 <위 아더 월드>를 부른다. 그러니 정말 좋았던 시절처럼만 보인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이고, 우경화의 몸살을 앓고 있고, 흑인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중이다. 세상은 결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국 위 어더 월드는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말았다.

어제는 오후에 집을 나섰다가 문득... 간밤에 침대 머리맡에 살포시 놓았던 코딱지 두 덩이가 떠올랐다.

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용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나는 녀석들을 찾았다. 놈들은 침대맡에 잘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작았다. 끄집어낼 땐 <토탈리콜>의 아놀드가 위치 추적기를 꺼낼 때만큼 커다란 줄 알았는데. 엄청 아팠는데, 그냥 코딱지만 했다.

1985년의 미국이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을까. 그저 지나 간 날들은 다 좋아 보이는 거 아닐까. 지난밤 코딱지가 주먹만큼 우람하게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은 무엇보다 그 시절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을 죄다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 시절에는 대게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이었다. TV에서 가수들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 가수는 더욱. 위아 더 월드를 부를 때 워낙 아싸였던 프린스와 (과연) 약아빠진 마돈나는 참석을 안 했지만, 다큐 마지막에 완성된 "we are the world"가 흘러나올 때는 정말 엄청 찡했더랬다. 신디로퍼는 젊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아름다웠다. 그땐 쉴라 E를 참 좋아했는데... 노래하는 의미가 좋다고 기꺼이 톱스타들이 참석을 하던,.. 아! 그땐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지금은 절대 이런 시도를 할 수 없을 거다.


뭐, 어쩌면 K-POP은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역시 재능기부였던 잼버리 공연도 치러봤고, 탬버린을 흔든다면 3년 안에는 될지도 모르겠다. "we are the world" 뺨치는 제목으로!

"우리는 RE100 위해 원전을 지어!" 라던지.

오! 제목 괜찮은데?!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25화계란 하나 부칠만큼은 남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