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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May 29. 2024

난 이대로 이 상태로 계속 백 살까지 살 건데?

예쁜 것도 한 때야.

아니? 난 계속 이렇게 예쁜 채로 살 건데?

젊을 때 어떤 사실은 배워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들을 보고 걷는 게 왜 저래? 힘든데 왜 굳이 나오고 그래? 그런 눈으로 흘겨보면, 노인들은 너도 나처럼 안되나 보자. 혀를 찼겠지.      


젊을 때 술을 마시는 건 일종의 일탈이었다. 신나는 이벤트였다. 술 마신 다음 날도 할 거 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다음 날 맥을 못 춘다. 그래서 평일이나 일요일에는 잘 안 마시려고 애쓴다.    

  

타일 공사하는 어떤 분을 찍은 유튜브를 봤다. 그분이 전화로 기술자를 찾으며 묻는다. 그 사람 술 마셔? 취재하는 사람이 왜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하신다. 일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 안 나와. 그럼 술 마셔서 그런 거야. 한 번 마시면 며칠씩 술 마시느라 안 나와. 그래서 안 돼.

그렇다 나도 이제 오늘 마시면 내일도 마시고 싶다. 그리고 어쩌다 친구들과 퍼마실 때면 다음 날 열에 아홉은 공연히 나한테 힘들다고 지랄들이다.      


어릴 땐 뭔가를 좋아하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것도 한 때지. 신나게 한 번 해봐.

어른들이 말해도 나는 믿지 않았다.

이 마음이 영원할 줄 알았다. 내 젊은 날은 끝나지 않을 줄 알았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돼.

어른들이 말했다. 당연히 나는 믿지 않았다.     


제길.     

30년 전 그때 나는 혼자 한문을 공부하곤 했었다.

그땐 지금 내 나이쯤 되면 한문 책을 술술 읽고 있을 줄 알았다.

다시 30년 만에 한문 공부를 한다.

삼국유사 강독을 듣기 시작했다.

공부는 끝이 없는 거야.

이제는 어른들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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