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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May 22. 2024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면 그냥 외우세요 아버님

지난 주말에는 대전에 가야 했다.

자그마치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대학 동기 녀석과 2년 후배 사이의 첫째 딸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제 이런 결혼식이 봇물 터지기 직전이다.

결혼을 늦게 한 편인 나도 딸이 벌써 대학생이다.

봇물이 저만치에서 마구 밀려오는 중이다.


작년에 한 학년 선배 딸이 결혼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이상한 꼬장을 부렸었다.

친구나 후배가 같이 가자고 전화가 오면 이런 소리를 지껄였다.  

"아니, 내가 부모님 장례식이면 가겠어. 근데 왜 선배의 딸 결혼식에 가야 하냐고. 난 이게 도무지 납득이 안 가. 너무 낯설어. 난 누구 딸 결혼식에 내가 간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내가 왜 가야 하는데?"

정말이다. 정말 이렇게 말했다.

...

생각은 "그렇지, 결혼식이란 게 결국 부모 인맥 품앗이지."

이러면서도 어째서인지 나는 격렬하게 결혼식 가기를 거부했었다.

이런 상황이 내 머리로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 네가 불편하면 안 가도 되지."

친구들이 이렇게 대답하면 나는 또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같은 말을 번이고 반했었다.

내 말 맞잖아?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안 그래?

분명히 머릿속으로는 결혼식이 "부모 인맥의 품앗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랬다.

나는 그런 부모의 인맥이 아니라는 듯,

나는 절대 결혼하는 아이의 부모가 안될 거라는 듯.

"그래그래.  불편할 수도 있지."

그래도 친구들은 어떻게든 이해해 주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마치 먹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고 떼쓰는 아이처럼 계속 지랄을 떨었다.

그랬던 내가 구 딸의 결혼식에 가면서 비로소 납득이 됐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곧 익숙해질 거라는 것도 알았다.


결혼식장에서 혼주가 된 후배에게 축하한다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이게 얼마만이냐며 반갑게 내 손을 붙잡고 후배는 이렇게 물었다.

"선배. 선배! 아직 결혼 안 했지?"


그래, 니들은 내가 좀 이상한 앤 거 다 알고 있었구나.

공주 마곡사

그래서 모르면 그냥 외우라고 하는가 보다.

바보들에게는 납득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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