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 여행을 다시 다녀오면 어떤가요?
7년 만에 일본 오사카를 다녀왔다. 새로운 곳이 주는 초심자의 설렘을 좇는 여행을 주로 해와서 같은 여행지를 두 번 다녀온 것은 처음이다. 요즘은 세상이 하도 빨라서 7년 정도면 강산이 한 번은 바뀌었을 텐데 실제로도 많이 바뀌었는지 세상은 빨랐고 7년의 시간은 길었다.
일본은 나의 첫 해외 여행지였다. 수능이 끝나고 원하던 대학을 붙고 정말 홀가분하게 떠났던 여행지였다. 아무것도 몰랐고, 여권을 발권해서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했던 때라 지나가면서 일본어가 적혀있기만 하면 사진을 찍어댔다. 편의점에서, (해석해보니 목욕탕이었던) 멋져 보였던 건물 앞에서, 음식점 앞에서, 모든 골목에서 당시에는 가장 화질이 좋았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다녔다. 모든 곳이 새롭고 설레는 곳이었다.
하지만 여러 곳을 여행하고 나서 다시 돌아온 일본은 새로운 곳은 아니었다. 처음 온 곳도 아니었고 해외여행이라는 설렘을 줄 만큼 긴 비행을 하지도 않았고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고 사람들의 생김새도 다르지 않았다. 7년이라는 시간이 충분이 나를 바꾸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물씬 떠올랐다.
대신에 설렘이라는 감정을 걷어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전의 나와 지금 내가 다른 부분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영감을 주었던 것들이,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까지. 호불호가 옅었던 때와 달리 지금의 나는 좋고 싫은 게 상대적으로 분명해졌다. 동시에 상대를 배려하는 그릇의 넓이도 1cm가량은 넓어져 있었기에 서로의 의견을 좁혀나갈 수 있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떠드는 게 좋았던 때와는 달리 여행을 정리하고 여행지를 홀로 거니는 시간도 중요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1%는 성장해있었기에 나의 의견을 말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어떤 점들이 달라졌고 어떤 점들이 조금 더 성장해야 하는지,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은 설렘이고 반복은 사색이다.
지금까지 여행에서 설렘만 좇았지만 이제는 반복적인 것들이 주는 사색을 느낄 수 있다는 새로운 여행 카테고리를 얻었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가끔은 사색의 여행도 즐기고 싶어질 것 같다. 이래서 여행은 참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