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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승진변호사 Sep 14. 2021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음주2진 면허취소 구제 가능성

법률 이야기 (1)

교통 관련 사건을 다루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는데 구제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음주운전을 한 경우 그에 따른 불이익은 당연히 감수하여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운전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라 면허가 취소되면 온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경우, 술을 마시던 중 차를 빼달라는 요청에 이동주차를 위해서 불과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운전한 경우 등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구제가 가능한 걸까?


대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없는 경우라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교통법규 위반 전력, 생계유지를 위해 면허가 필요한지 여부, 반성 및 재범방지 노력 여부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이의신청,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서 취소가 정지로 감경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2001. 7. 24. 이후에 단 한번이라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사면된 전력도 포함)이 있었다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나 벌금 액수와는 무관하게 면허 구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행정청이 어떠한 처분을 할 때에는 당연히 법규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규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에는 재량행위(裁量行爲)와 기속행위(羈束行爲)가 있다.


재량행위란, 행정청이 법규에 정해진 범위 안에서 상황에 따른 판단을 통해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서 기속행위란, 행정청이 행정행위를 함에 있어서 법규에 정해진 요건이 존재하면 반드시 정해진 행위를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량행위는 법률에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기속행위는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재량행위의 경우에는 재량이 인정되므로 행정청이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서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점이나 사건 경위를 고려할 때 면허 취소는 가혹하다는 점 등을 주장하게 된다. 즉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고 취소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취소를 선택한 것은 재량권을 잘못 행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에 ‘A라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B라는 처분을 하여야 한다.’는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재량권이 없는 기속행위로서 행정청으로서도 법률을 그대로 따른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행정청에서 취소처분을 하더라도 그 처분이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닌 이상, 행정청은 법에 정해진 그대로 처분을 하였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판단이 나올 수가 없다. 즉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재량권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은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93(운전면허의 취소정지) ① 도경찰청장은 운전면허(연습운전면허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전면허(운전자가 받은 모든 범위의 운전면허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만, 2, 제3호, 제7호, 제8호, 제8호의2, 제9호(정기 적성검사 기간이 지난 경우는 제외한다), 제14호, 제16호, 제17호, 제20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취소하여야 하고(제8호의2에 해당하는 경우 취소하여야 하는 운전면허의 범위는 운전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받은 그 운전면허로 한정한다), 제18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정지하여야 한다.

2. 제44조제1항 또는 제2항 후단을 위반(자동차등을 운전한 경우로 한정한다. 이하 이 호 및 제3호에서 같다)한 사람이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하여 운전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된 경우

44(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①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 외의 건설기계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제45조, 제47조, 제93조제1항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148조의2에서 같다),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


법원에서도 2회 이상의 음주운전에 대해서“...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상 행정청은 운전면허의 취소 또는 정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가 없고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하여야 한다(대구고등법원 2018. 4. 6. 선고 2017누7666 판결 등).”고 하여 2회 이상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결국 소위 ‘음주2진’에 해당하는 경우에 행정기관은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여야 하고, 이는 기속행위로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도 구제 받을 수 없는 것이다.


간혹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주로 행정사들이 작성한 글 중 음주 2진도 구제가 가능하다는 식의 광고성 글을 보게 된다. 사실 음주 2진인 경우에도 극히 예외적으로 ① 단속 경찰관이 음주측정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한 위법이 있거나, ② 측정치가 단속기준치와 같거나 단속기준치를 아주 근소하게 초과하여 측정치가 그대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면허취소처분을 다투어볼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이 없음에도 반성문을 열심히 쓰고 탄원서를 받아야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라면, 법규를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거나 혹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객을 속이는 것이니 조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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