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문장 no. 10]
믿음은 당신이 계속 품어온 생각이다.
-아브라함 힉스
나는 신이 특정한 모습과 단일한 역사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지만,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은 믿는다. 어떤 종교의 신이 진짜인지 논하는 일에는 크게 흥미가 없다. 그저 인간의 삶에서 믿음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신에 대한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행위가 '기도'라고 생각한다. 믿음이 계속 품어온 생각이라면, 기도는 그 생각에 대한 선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언제나 그들을 생각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헤어짐이 아쉬울 때, "늘 너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곤 한다. 다만 나는 무종교인이다 보니 특정한 기도의 방식이 없다. 대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몇 가지 영화들을 떠올린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브루스의 연인, 그레이스는 늘 그를 위해 다정한 기도를 했다. "브루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 사람에게 힘을 주세요." "힘들어하는 그에게 길을 보여주세요." 곁에 있는 사람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그녀와 주변 사람들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레이스는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아직 브루스를 사랑해요, 그를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늘 자신을 위해 기도하던 브루스는 그레이스를 위해 기도한다. "그레이스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가 나를 사랑했듯이 그녀를 더 많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요." 여기서 삶을 바꾸는 힘이 있는 기도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의 온기가 나를 가장 먼저 따듯하게 감싸준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보육원의 아이가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눈을 감고 보고 싶은 것을 간절히 떠올리면 볼 수 있다면서 작은 손으로 눈을 가려준다. 그러자 정말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라서가 아니라 그만큼의 간절함과 사랑이 담긴 기도는 환상과 꿈을 이루어줄 수 있다고 느껴졌다. 믿음이라는 건 꼭 현실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그 충만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기도 장면은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에서 미스터 로저스가 매일 밤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 내어 기도하는 장면이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단정하고 곧은 모습으로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은총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종종 나도 자기 전에 이런 방식으로 기도를 하곤 한다.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름을 부르고 평온한 밤이 되길,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도, 그 사람도 기도의 힘으로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직접 겪은 강렬한 기도의 경험도 하나 있다. 몇백 년마다 한 번만 뜬다는 달을 보러 과천까지 가서였다. 그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났던 시기였다. 나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지만 나의 운명과 인생에 관여할 것 같은 자연의 힘에 뭔가를 빌어보고 싶었다. 그때 경험한 믿음은 여전히 굳건히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기도의 내용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간직하고 있다. 이건 죽을 때까지 혼자만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기도에 대해 내가 유일하게 말할 수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은 ‘감사’뿐이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기도는 복권 당첨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과 평안을 비는 것이 아닐까. 그 믿음의 힘이 지금껏 온갖 재앙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여전히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든 것 같다. 집안 살림은 어려워지고, 정치는 사회에 혼란을 더하고, 잔혹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전쟁이 일어나고,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간다. 인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사명, 신의 능력이 아니라 곁에 있는 가족, 하루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그 작은 것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언제 어디에 계시든
늘 평안하시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