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문장 no. 9]
무엇이 나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역산해 내기란 검은 퇴비를 두고 이게 전에는 사과 반쪽이었다는 걸 밝히는 것만큼 어렵다.
-닐 게이먼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작품이나 만났던 사람을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다 보면 길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제목도 잊어버린 책의 한 구절이, 거리에서 스쳐 지나갔던 사람이 더 깊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답하는 것도 어렵다. '영향'이라는 것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향이 숙성되는 기간은 또 다른 변수다. 최근에 겪어서 큰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고,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강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시간이 흘러 완전히 다르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가 한 줌의 뼛가루로 변한다. 그때가 되면 내가 '무엇'이었는지 역산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항상 무언가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축복일지도 모른다. 검은 퇴비를 들여다보며 사과 반쪽을 찾기보다는 나무에 열린 사과 반쪽을 맛보며 살아가면 되니까. 그러니 대답할 질문도 바꾸면 된다.
당신이 알 수 없는 퇴비로 피워 낸 오늘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