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대하여

[근사한 문장 no.8]

by 아트필러

어떤 책이든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언젠가는 좋은 책을 탐독할 수 있다.

-C.S. 루이스


내 인생에서 누군가 나에게 처음으로 읽어준 책도, 스스로 처음 읽었던 책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 권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책 읽는 내가 되었다. 나의 독서 취향은 그다지 넓지도 좁지도, 깊지도 얕지도 않은 애매한 편이다. 애초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리해 두는 것도 귀찮아한다. 확실히 책의 권수를 쌓고 기록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독서가는 아니다.


책은 주로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는다. 물론 책을 소장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과하게 좋아한다는 게 탈이다. 서점에만 가면 세상의 모든 책이 다 갖고 싶어 진다. 결국 웬만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그중에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들만 구매한다. 물건이나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책들을 자주 읽으면서 책에 집착하는 건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면 꼭 거대한 서재를 만들겠다는 꿈은 아직 놓지 못했다.


도서관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나온다. 서가를 쓱 훑으며 걸어 다니다 눈에 띄는 제목이나 작가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책을 꺼내본다. 그리고 뭔가 느낌이 좋다면 빌린다. 느낌이 좋다는 건 굉장히 애매한 표현이지만 실제로도 애매한 직관이라 명확한 문장으로 옮기기는 곤란하다. 그냥 단번에 읽고 싶은 책이라고 느껴진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7권이 최대 대출 가능 권수인데 부모님의 대출증까지 돌려쓰면 총 21권을 빌릴 수 있다. 매번 집에 있는 책부터 다 읽자고 다짐해 놓고 또 도서관에 가면 기본으로 한 두 권은 대출해 버린다. 그야말로 중독. 대출한 책들은 다 읽지만 반납 연장 신청은 피할 수 없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엄청 깊이 있는 책들만 읽는 건 아니다. <율리시스>, <오디세이>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소설 등 수많은 고전들이 마음속에 리스트로 존재하지만, 주로 빌리는 건 서가 구석탱이에서 발견한 유럽 작가의 소설, 결혼 생활에 대한 만화 에세이, 폰트가 특이한 그림책, 실전 스페인어 회화책 같은 것들이다. 다음장을 넘길 때마다 두근거리고 순식간에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할 것 같은 책을 선택한다. 신기하게도 대개 첫 문장을 읽으면 감이 온다. 그리고 그렇게 무분별하게 고른 책들에 대개 만족한다. 책의 내용이 지금의 나에게 이상하리만큼 시의적절한 경우가 많다.


C.S. 루이스는 지독한 독서가였다. 쓰기도 많이 썼지만, 읽기도 많이 읽었다. 독서량과 글쓰기 기량이 비례한다는 걸 가장 잘 증명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의 에세이나 책에 대한 견해를 밝힌 문장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에 대한 그의 진심이 시공간을 뚫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아마 이 문장을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면 그저 시시하고 진부한 얘기쯤으로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평생 어떻게 읽고 썼는지를 안다면, 루이스의 이 문장은 무게가 다르게 다가온다.


그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지만 그래도 나름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 문장의 내용은 참인 것 같다. 내가 기가 막히게 좋다고 느끼고 탐독했던 책들은 서점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도, 서울대학교 추천 도서도 아니었다. 정말 우연히 펼쳐 들었던 책들이었다. 끌리는 것이 표지였든, 첫 문장이었든, 추천사였든 마치 내가 그 책을 발견하는 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책 주변을 많이 어슬렁거려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좋은 책을 읽고 싶다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산책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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