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문장 no.7]
아니, 난 가능성이 있는 한 언제까지고 망설여 볼 생각이야.
-「렌탈 베이비」, 히가시노 게이코
소설 속에서는 정교하게 설계된 아기 로봇을 렌탈해서 간접 육아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주인공은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 이 렌탈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실제 결혼을 결심하기보다 한 번 더 체험해 보는 것을 선택하면서 하는 말이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난다. 이제는 정보를 넘어서 경험까지 서비스되고 있다. 소설 속 사업도 몇 년 뒤에는 충분히 출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면서 결정을 미룬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우리가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생각보다 행동이 훨씬 더 좋은 답을 주기도 한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실제로 겪는 일은 완전히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인생의 밀도를 낮추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정반대의 생각도 든다. 이 문장이 마음에 박혔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육아든, 인생의 무엇이든 우리는 망설일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삶에는 모두 정해진 시기가 있다며 그걸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대입, 취업, 결혼, 출산 등 그 나이대에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경험치에 따르면 그때가 정말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개인의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고 보편적인 사례는 평균일 뿐이다. 내가 극단의 예외 사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게는 각자의 때가 있다는 말을 믿는다. 충분히 망설이고 싶은 사람은 그래도 된다. 남들이 그걸 우유부단하다고 하거나, 그러다 영영 늦어버린다고 훈수를 둔다고 해도 말이다. 망설이다 놓쳐버린 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성급하게 결정해 손해 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도 한참을 망설였다. 거의 3~4년간 언젠가 해야지 하면서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뤄두었다. 그러다 올해 6월 행동에 옮겼다.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는 아니다. 그런 확신은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고민하는 시간 동안 브런치를 하는 목적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었다. 완벽한 글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마 '완벽함'을 계속 추구했다면 글을 몇 개 올리고 마음에 드는 글이 없으면 업로드를 계속 미뤄두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완성도보다 마감일에 맞춰 글을 업로드하는 것을 1순위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 3일 10시 연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망설인 시간들이 나에게 '꾸준함'이라는 단단한 각오를 가져다준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삶에서 망설이는 것이 두렵지 않다. 책도 읽어보고, 과거의 경험들도 다시 떠올려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정하면 더 잘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충분히 망설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아쉬움과 후회를 남긴다. 그러니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자. 망설이거나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과거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걸 교훈 삼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가정 하에 인생에서 쓸모없거나 실패한 것은 없다. 망설임도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