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임시 숙소는 신트라에 있다. 신트라는 리스본 시내 중심에서 기차로 40여 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우리는 올해 3월에 리스본 여행을 했었는데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기에 리스본 시내에만 있었다. 그때는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생각하기 전이어서 순수하게 여행자의 마음으로 방문했다.
서유럽이지만 동유럽과 이슬람 문화의 느낌도 묘하게 섞여있는 색다른 도시 풍경, 맛있는 음식, 저렴한 물가, 따뜻한 날씨 등 포르투갈을 처음 방문한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다채롭고 재미있게 다가왔다.
트램이나 지하철도 탔지만 가고 싶은 장소가 멀지 않으면 주로 걸었는데 걸으면서 눈에 들어왔던 것이 도시 곳곳 꽤 가파른 오르막길이 많다는 것과 녹음이 우거진 장소를 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더블린은 시내 중심에도 공원이 많고, 동네마다 크고 작은 공원과 녹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지형도 대부분 평지이고, 오르막길이 있더라도 이곳처럼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그때의 인상이 남아서였을까. 한 달 동안 지낼 임시 숙소를 예약할 때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으로 찾아봤다.
- 녹음이 우거진 곳이 가까울 것
- 시내처럼 북적이지 않을 것
- 리스본 시내에 바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을 것
- 출근하기에 많이 불편하지 않을 것
이런 곳을 찾다 보니 산과 인접해 있는 신트라가 눈에 들어왔다.
신트라는 유명한 관광 스팟이기도 하다. 성곽, 궁전 등 다양한 역사적인 건물들이 산속에 조화롭게 자리 잡아 있어서 경관이 아름답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에 위치한 Cabo da Roca (호카 곶)을 비롯해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서양도 볼 수 있으니 적어도 이곳에 있으면 자연과 함께 심심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숙소가 있는 작은 마을은 관광지와의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하는 곳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대체로 한적하고 조용하다. 주변을 잠깐 다녀 봐도 여행객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보인다.
우리가 지내는 숙소 앞에는 작은 카페 겸 펍같은 곳이 있는데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다. 오후 4-5시가 되면 삼삼오오 모여 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조금 북적였다가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인 7시쯤 되면 사람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8시가 넘어가면 완전히 조용해진다. 그래서 이곳은 이런 펍마저도 정겹게 느껴진다.
숙소 주변을 오가다 보니 눈에 띄는 카페가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카페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주말에는 카페 문 밖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B&B 호스트가 이 주변에 꽤 유명한 패스트리 카페가 있다고 가보라고 했었는데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처음 며칠은 오자마자 뷰잉에 짐 정리에 조금 정신이 없어서 가볼 생각을 못하다가 최근에 남편과 평일 점심시간에 가보았다. (숙소에서 걸어서 2분 거리다.)
확실히 평일 낮이라 한산했고, 관광객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볕이 좋아 밖에 자리를잡은 후 남편은 아메리카노, 나는 라떼를 시켰고 먹음직스러운 패스트리도 하나 골랐다. (패스트리 카페답게 정말 종류가 많다. 하나씩 다 먹어보려고 해도 시간이 꽤 걸릴 듯.)
내가 주문한 라떼가 나왔을 때는 아차 싶었다. 커피머신으로 우유 거품을 낸 흔한 카페라떼가 아니라 커피에 따뜻한 우유를 넣어 섞은 커피였다. 남편이 다음에는 카푸치노를 시키라고 했다. 카페 라떼를 좋아하는 나는 이탈리아에서도 항상 카푸치노를 시키는데 왜 이걸 시켰지 잠깐 자책할 뻔했으나 달달한 패스트리가 있으니 조금 밍밍하고 아쉬운 커피도 맛있게 금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