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르투갈에 도착한 첫날부터 뷰잉을 하러 갔다. 포르투갈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집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그중 2건이 그날 오후에 딱 잡힌 것이다. 그때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집을 보러 다녔고, 일주일도 채 안돼서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큰 고생 안 하고 생각보다 빨리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새로운 나라를 정착하는 데 있어 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 집을 알아보고 연락하고 뷰잉을 하러 다니는데 드는 에너지와 비용도 만만치 않고, 집이 정해진 후에는 집 상태에 따라 이사 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예를 들어, 가구 구매 등) 집이 빨리 정해질수록 이사 날까지 여유 있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수 있다.
여기도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전세가 없다.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면 집주인에게 일정의 보증금과 월세를 낸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아일랜드와 다른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리스본에서도 시내 중심이 아닌 Sintra, Cascais 등 외곽 지역에서 집을 알아보며 느꼈던 것,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봅니다.)
1. 보증인을 요구한다.
포르투갈에서 집을 구할 때 통상적으로 보증인(Guarantor, 포르투갈어로는 Fiador)을 요구한다. 우리처럼 포르투갈에 막 이사 왔고, 가족, 친구, 지인이 없는 경우에는 보증인이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보증인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집세를 내지 못할 경우 대신 내줄 수 있을 만큼의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보증인의 취업 계약서, 월급 명세서 등도 요구한다.
그렇다면, 보증인 없이는 포르투갈에서 절대 집을 못 구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도 보증인 없이 집을 구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집주인이 보증인을 요구하고, 선호하는 것도 맞다. 특히 우리 같이 막 다른 나라에서 이주했는데 외국인이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00% 필수는 아니라는 것. 보증인이 없는 경우에는 몇 개월의 월세를 더 미리 낸다거나, 보증금을 더 내거나 하는 등의 식으로 집주인과 협의가 가능하다. 이렇게 협의가 되면 집주인이 원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다. 여기도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갑이다.) 서류로는 신분증 사본, 취업 계약서, 3개월 분 월급 명세서 등이 있고, 세금 납부 내역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2. 보증금은 집주인 마음이다.
세입자를 고르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도, 보증인의 유무도, 그리고 처음 들어갈 때 내는 보증금도, 월세도 집주인마다 다 다르다. 즉, 자신의 집을 안심하고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고르기 위해, 또는 내어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집주인 자신의 마음이 가장 편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놓는 것이다. 포르투갈에 오기 전부터 회사 동료들에게 집에 관한 조언을 구했었는데 집을 구할 때 보증인이 없었던 어떤 동료는 1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라는 집주인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정말 기준이 제각각이다.
우리는 다행히 그런 정도는 없없고, 제일 많은 경우가 6개월 분의 월세였다. 여러 이유로 그 집은 패스했지만 초반에 안 그래도 이것저것 돈 쓸 곳이 많은데 그렇게 큰돈이 한꺼번에 나가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금 우리가 구한 집은 보증인 없이 2개월 분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고 들어가는 조건이었다.
처음에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연락할 때부터 솔직하게 얘기했다. 리스본으로 이주한 지 얼마 안돼서 보증인이 없고, 필요하면 몇 달 분의 월세를 미리 내겠다고.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해야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증인 없이 집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집주인은 처음부터 우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우리도 되지 않을 집에 괜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어느 집이나 보증금이 한 달 치 월세였기 때문에 이런 고민 할 것도 없이 처음 들어갈 때 2개월 분의 월세를 내면 됐었다. 그리고 보증인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아일랜드에서는 추천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내가 전에 살았던 집주인의 추천서는 정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3. Unfurnished가 기본이다.
아일랜드에서는 대체로 Furnished여서 침대나 소파 등 큰 가구를 샀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여긴 반대로 Unfurnished가 기본이어서 쓰던 가구를 가지고 들어가거나 새로 구매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가 들어갈 집에 옷장은 있어서 침대, 소파, 식탁을 구매했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이사 전까지 구매할 예정이다.
우리는 결혼 5년 차인데 결혼 전이나 신혼 초기에 신혼살림을 마련하며 느꼈어야 할 재미를 뒤늦게나마 맛보고 있다. 집이 구해지고 나서는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가구를 보러 다니는데 남편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만 나는 원체 이런 걸 좋아해서 도통 지치질 않는다.
매트리스나 소파 등 부피가 큰 것은 주문을 해도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제품마다 다르지만 최대 3주까지 걸리는 것도 있다. 큰 가구를 사려면 가능한 미리 알아보고 주문해야 한다.
4. 히터가 없다.
나는 정말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히터 또는 보일러가 없는 집은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포르투갈의 집들에는 기본적으로 히터가 없다는 것이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필요하면 전기나 가스히터를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뷰잉을 다녀보니 히터를 쓰는 사람도 있고, 없이 겨울을 나는 사람도 있고 이것도 저마다 달랐다.
동료들에게 들었던 조언 중 하나도 오래된 집은 이중창이 아니라서 단열에 취약하니 꼭 뷰잉을 갈 때 이중창인지 체크해보라고 했었다. 대체로 기후가 온화한 나라이기 때문에 히터가 없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리 따뜻하다고 해도... 엄연히 겨울이 존재하는데 집에 히터가 없다고?'라는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는다.
*집을 구하면서 유용했던 사이트
부동산, 집주인 모두 올릴 수 있는 곳이어서 매물이 제일 많이 올라온다. 앱도 있어서 수시로 확인하기에 편리하다. 웹사이트나 앱에서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긴 하지만 집주인이나 부동산에서 자신의 연락처를 첨부한 경우에는 메시지보다 왓츠앱으로 직접 연락을 했고, 답장이 올 확률도 더 높았다. 우리도 이 사이트를 통해 집을 구했고, 부동산이 아닌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게 됐다.
포르투갈에서 제일 큰 부동산 체인. 그만큼 다른 에이전시보다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는 느낌이 있었다. 웹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그 집을 담당하는 에이전트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다. 읽씹도 많았지만 뷰잉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올라오는 집들은 모두 Idealista에도 올라온다. 그러나 개인적인 느낌은 에이전트들이 매물은 올려도 메시지를 잘 확인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부동산에서 올린 매물이면 부동산 사이트에서 게시물을 찾아서 한번 더 연락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