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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존재 Apr 11. 2023

19. 해변에서 나체를 대하는 자세

포르투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다.


Image by Monique Stokman from Pixabay
Image by marco bubbio from Pixabay


남유럽의 서쪽 끝에 위치한 나라여서 해안가를 따라 각양각색의 해변이 펼쳐지는데 파고가 높아서 서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4월에 들어서자 낮 기온이 25도까지 웃돌고 봄이라기에는 한낮에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예사롭지 않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모이기 시작했다.



파도 거품을 끊임없이 삼켰다 내뱉으며 끝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 앞에서 조금의 당황할 일도 없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변수는 언제나 예고 없이 나타난다.


한국에 있었을 때에도 누드 비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고, 말로만 들었을 때 어떤 곳일지 가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극히 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해변에서 '나체'로 있는다는 것은 '철컹철컹' 또는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내가 누드비치를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마주할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나의 첫 경험은 몇 년 전 이탈리아 해변가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노년의 여성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에 스페인에서 젊은 두 여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바닷가에 앉아있는 것을 보게 됐는데 약간의 면역이 생긴 후여서 처음보다는 충격이 덜 했지만 어쨌든 그곳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당사자도 아닌 내가 괜히 민망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겪은 가장 따끈따끈한 경험은 포르투갈에서였다.


지난 주말 친구 부부와 해안가 트레킹을 다녀왔는데 우리가 간 곳은 여러 곶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나있고 코스 중간중간 사이에 머무를 수 있는 해변가가 있다. 한 시간 정도 걸은 후 점심을 먹기 위해 해변가로 내려갔는데 남편이 내게 말했다.


"우리 옆에 앉아 있는 남자, 완전 나체야."

"뭐라고??"


내 귀를 의심했고, 곧 내 눈을 의심했다.


정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유유하게 우리 앞을 지나가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남자를 제대로 보고 만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다른 쪽에도 나체인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체로 바다에 들어가고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당당함과 여유로움에 나 같은 범인(凡人)은 매번 놀랄 뿐이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포르투갈에는 누드 비치가 아닌 곳에서 나체 일광욕을 해도 법적인 제재가 없으며, 공식적인 누드 비치도 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아주 불쾌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곳을 완전히 떠날 때까지 마음 한 구석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한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


해변에는 입장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곳이니 만큼 공식적인 누드 비치가 아닌 곳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나체 일광욕은 자제하면 좋겠다.


그러나... 이제 겨우 4월의 중반,

아직 본격적인 그들(?)의 계절은 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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