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y Soul Kim Jun 06. 2024

휴직하고 런던으로

5. 미국을 유독 좋아하는 한국인

런던에 살고 있는 여러 유럽 친구들을 사귀면서 느낀 것 중 하나, 한국 사람들은 유독 '미국'을 좋아한다.


어느 날 나의 스페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미국을 좋아해?"

"우리가 미국을 좋아한다고?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다시 묻자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뭐랄까. 그냥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 사람들은 미국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유럽 친구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란 나라를 좋아하는구나 느낀다는 게 신기했다. 여기서 좋아한다는 건 결국 우리가 미국을 동경한다는 것일 텐데 친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 작품들에선 미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미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도 매우 좋게 드러나며, 한국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 또한 미국 드라마, 영화의 느낌과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프랑스 친구는 월드 투어라고 하고선 미국만 도는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꼭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유독 미국을 좋아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6.25로 시작된 과거사부터 미국 ‘원정출산’이나 ‘아메리칸드림’과 같은 단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미국 유학생이나 소위 미국물 좀 먹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어떠한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유럽친구들의 시선은 꽤나 정확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런던에서 살기 전에 나는 막연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미국을 동경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 세계 1등 국가니까 좋아하고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사람들이 미국 시민권과 미국 명문 대학교 졸업증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유럽 친구들을 사귀면서 보니, 그들은 미국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다지 동경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딱히 미국 시민권을 원하지도,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직장을 갖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경계하고 견제하고 때론 무시한다) 영국이 미국을 어떻게 대하는지 감이 안 온다면,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도 아시아 최고 강대국이자 G2 '중국'을 그다지 좋아하거나 동경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는 미국을 우리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힘이 세지만 수준 낮고 돈은 많지만 교양 없는 뭐 그런 이미지의 나라로 여길 수도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넘버 2라고 여겨지는 중국을 홀대하는 것에 비해 넘버 1 미국은 굉장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친미, 친중,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같은 이념이나 정치적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누군가의 눈에 비친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과 다를 수 있고, 그들 눈에 한국은 유독 미국을 좋아하는 나라로 보인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휴직하고 런던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