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즐겨 쓰는 단어나 문장, 제스처가 있다. 대부분 가까운 사람들이 ‘너는 이런 말 많이 해’라고 얘기해 주기도 하지만, 어떤 단어는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응축할 때, 그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단어가 ‘가늠하다‘ 이다.
사전에 보면, 1. 일정한 목표나 기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헤아려보다. 2. 어떻게 되어가는지 헤아려서 짐작하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영어 단어에는 ‘measure’가 내가 생각하는 느낌에 가장 근접한 것 같다.
가늠하다고 할 때,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판단해야 할 사물, 사건,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이미지를 떠 올린다. 그러면서 눈이 인식하는 정보 외에도 머릿속에서는 나의 경험, 지식, 감각을 총동원해서 앞에 놓인 대상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나온 결론에 100%의 확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순간, 그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에 이르는 것이다. 이럴 땐 ‘make a guess’ 도 비슷한 것 같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완전한 확신도 없지만, 세상과 조우하는 그런 순간을 나는 가늠하다는 단어로 가름한다. 그런 순간은 매 순간 일어난다.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재 본다는 것, 추측한다는 것은 나를 기준으로 일어나는 사고의 부분이기도 하다. 손으로 더듬고,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이며 세상을 그렇게 가늠하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결국 나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나의 단어가 삶에 자리 잡으면, 그렇게 단어들이 쌓이면 삶을 기억할 도구들을 벼려지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면 가늠하다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은, 그저 그 단어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닮아서 일뿐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