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캠핑장은 뜨겁고 설렜다
벌써 약 4개월 전의 일이 되었다.
뜨거운 온도에 녹아내릴 듯이 흐느적대고 있던 지난 여름의 어느 낮.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에 모르는 번호나 스팸이 확실해 보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않고 무시해버리는데, 이상하게 그 번호는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받았다.
받긴 했으나, 혹시라도 스팸이면 바로 거절하고 끊어버릴 심산으로 딱딱하게 응대했는데. 상대는 밝은 목소리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트랄랄라 브라더스 팀입니다.
몇달 전 내 사연을 채택해 최애 가수와 통화를 연결해주고 방송까지 내보내주었던 그 프로그램 팀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인사를 하고 어쩐 일이시냐 물었다.
저희가 전에 통화하셨던 분들을 모셔서 캠핑을 하려고 하거든요. 혹시 참석해 주실 수 있는지...
심장이 벌턱벌턱 뛰었다. 숨이 가빠지고 흥분해서 작가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대답했다.
"갈게요!!!"
최애랑 캠핑을 한단다. 가지 않겠다고 할 덕후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 날은 원고도 더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설레서 총총거렸던 기억이 있다. 캠핑이라니, 캠핑이라니!
가족들에게 떨려서 주체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털어내느라 바빴다.
그리고 약 10일 뒤인 8월 16일. 드디어, 나는. 최애와 만났다!
콘서트나 행사 등 공연과는 달랐다. 그는 호스트였고, 나는 게스트 중 한 사람이었다.
촬영시간 장장 5시간. 그 중에 내가 투입된 시간은 약 4시간. 긴 시간동안 함께 먹고, 얘기하고, 노래하고 노는 내내 꿈만 같았다. 살다보니 내가 이렇게 큰 계를 탈 때도 있구나, 싶었다. 통화보다 훨씬 더한 계가 아닌가!
덥지만 더운 줄 몰랐다. 힘들지만 힘든 줄 몰랐다.
그저 좋았고, 시간이 천천히 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시간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고, 최애의 부산까지 조심히 가시라는 인사가 슬펐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꿈을 꾸는 것 같았고,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다. 말도 안되는 기도인 줄 알면서.
방송으로 박제해주길 바랐던 장면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편집당해 버렸지만, 내게는 최애가 준 싸인과, 최애가 준 애장품과, 최애가 함께 찍어준 사진들이 남았다.
야무지게 '누나'라고 써 준 그가 귀여워서 나한테 싸인해 주는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방송 타길 바랐던 것들은 안 나오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남은 싸인 영상)
오랜만에 사진을 보니 아련하다. 올해 가장 행복했던 추억 베스트 3위 안에 들어갈 하루다.
이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주신 트랄라라 브라더스 제작진과 최애 가수 안성훈 님께 감사의 인사를 '늘'드리는 바이다. 이제 언제 이런 계를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혹시 타게 될 그 날까지. 내 가수가 지금처럼 평온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