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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ckswat Sep 20. 2021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거니?

Ⅱ. 최고의 무기(8)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거니?

 

“무엇이든 목표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고승덕 변호사-


 목표가 생겼다. 넘쳐나는 자신감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꾸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결과는 언제는 나의 것이었고. 어떤 목표든 이루어내는 내가 정말 대단한 줄 알았다. 6년 4개월이란 긴 시간이 어느덧 금세 지나가고 전역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도 걱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디서든 “어서옵쇼!!” 하며 모셔갈 줄로만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뭐라도 하지 않겠어? 마음만 먹으면 모든지 할 수 있고, 그전에 또 어디든 가겠지! 난 분명 잘 될 거야!’

 세상이라는 어마 무시한 태풍이 바로 눈앞까지 와있는데도 햇병아리 같은 놈은 그저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만족하며 천하태평이다.


 사실 몇 개월 전부터 707의 화려한 경력으로 예정되어 있던 회사가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회사 상황으로 합격이 취소된 터라, 그동안 쌓았던 명성과 다른 이들의 시선이 의식되어 더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위장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당시 예정되었던 회사에서는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었는지 다른 회사들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미 다친 헛된 자존심은 회복되지 않았고,

“죄송하지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제 갈 길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라는 건방진 답변으로 나는 나를 더 큰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결국 나를 찾아주는 회사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마지막 전역신고와 함께 덩그러니 난 세상에 던져졌다.


 아내와 3살짜리 딸을 가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나의 헛된 자존심을 이기지 못했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전역을 맞이한 것이다. 불행은 항상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기획부동산 사기라는 세상이 주는 첫 선물을 받게 되었다. 사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게 된 우리 부부는 겨울에 보일러도 안 켜고 찬물로 샤워하면서 소득의 80% 이상을 저축하며 우직하게 종잣돈을 모았었는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위기임에도 위기인 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했던가? 

무엇이든 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이 봉착했지만,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장교로 임관해 리더의 자리에 있었고,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도 있는데 아무 회사나 들어갈 수는 없지! 최소한 중간관리자 레벨 정도는 가야 하지 않겠어?’라는

이전 특전사 시절의 선배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구질구질한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다!


아내는 남아있는 돈이 얼마 없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6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돈이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함께 전역한 동기 녀석이 본인이 준비하고 있는 예비군 동대장이란 시험을 함께 해보자고 한 것이다. 대충 설명을 들어보니 대위로 전역하면 7급, 소령은 5급의 직급으로 예비군들을 관리하는 별정직 공무원이었고, 공무원 7급 시험까지는 딱 6개월! 이건 마치 운명을 만난 것처럼 곧바로 아내에게 대화가 아닌 통보했다. 

이때부터 우리 가정의 모든 초점이 순식간에 나에게 맞춰졌다.

학원과 독서실 등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3살 딸은 갑작스럽게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고, 와이프는 지인의 추천으로 오전 중에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사실 아내는 결혼하기 전까지 고생 한번 안 해본 귀한 공주였는데 난생처음 알바까지 가게 된 것이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전혀 말할 수 없었다. 아내는 재미있을 거 같아서 오전에만 잠깐 다녀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생활비라도 조금 벌어볼 생각이었단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슴이 메여 펑펑 울었다. 이에 더하여 매일 아침 독서실 가기 전 아직 적응도 못한 딸을 어린이집에 맡길 때마다 울부짖던 딸의 모습까지.... 

모두 형편없는 가장으로서 예견된 처절한 순간들이었다.


 눈물로 책을 적시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그래도 잘 이루어냈던 내가 아니던가! 단순 암기의 잠재능력으로 전국 모의고사에서 전체 1등을 하며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합격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생활도 이제 끝이다.' 

그동안 고생하는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안정된 삶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불행은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하고 내게 다가왔다. 


5급 시험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자리를 놓고 시험을 치지만, 내가 준비하고 있던 7급 시험은 부족한 TO가 나와야 그 지역에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그 TO가 대전으로 난 것이다. 삶의 터전을 새롭게 옮기거나, 아니면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열정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대전에 내려가 보니 부대에서 한참을 내려와야 시내가 보이는, 말 그대로 깊은 산골자기 다람쥐나 사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가족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내 맘대로 그동안의 여정을 과감히 끝내버렸다.

 아무 대책도 없이 또다시 가족 모두를 궁지로 내몬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우선 어디든지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모두가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 인지하고 있었는지 얼른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방향을 잘 못 잡았다.

 ‘공부도 할 만큼 해봤고, 이왕 남자로 한번 태어난 거 넥타이 한번 매 봐야 하지 않겠어! 더 늦기 전에 회사에서 근무해 봐야지!'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갑작스럽게 회사라는 진로가 결정되고 그 결정에 부합하기 위해 조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급함이 준 행운이랄까? 아내의 기도 덕분일까? 이전에 합격이 취소되었던 회사로부터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게 되었다.  비록 특채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이는 지금 나의 절박한 상황에 비하면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고, 그렇게 최종면접까지 무사히 통과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급한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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