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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데드 Dec 05. 2023

아직도 배우는 중, 앞으로도.

나는 글쓰기를 미워했던 자신과 글에 관한 모든 것을 미워하지 않겠다. 쟁취하고 싶은 그 꿈을 미워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 말이다. 연인관계는 다툴수록 돈독해지듯이 꿈에 대한 열정과 사랑도 충분히 식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로 자신을 미워하는 잠깐의 시간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 미움이 오래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놓여 무가치한 사람이 된다.


무가치는 원점이 맞춰진 완벽한 제로섬이다.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두렵지 않으니까, 무가치한 사람은 '순수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숯에 작은 불이 붙으면 불은 금방 꺼진다. 불이 꺼진 숯은 온전히 타지 않아서 다시 쓸 수 있다. 그처럼 숯은 사회적 관념(이를테면 대한민국)에 따라 불을 붙일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고, 타버린 나무로 취급되어 버려야 하는 잔해물로 여겨질 수 있다.


나는 무가치한 것들과 그러했던, 혹은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을 좋아한다. 무가치하다고 핍박받는 삶도 누군가에겐 잊을 수 없는 소설만큼 소중한 가치가 되니 말이다. 타인의 결점에 집중하지 않을수록 무가치는 순수로 정의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내가 사는 이유고, 존재하는 이유다. 쓸모없는 생명은 없으며 모든 삶에는 오고 가는 때가 있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글쓰기에게 사과한다. 글쓰기는 숯검댕이 같은 나의 마음을 걸러주고 투명한 물처럼 순수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글쓰기여, 당신은 가치 있다. 마음 좁은 나를 노트에 담을 수 있어 마음도 넓다. 그 모습에 아마 당신에게 첫눈에 반한 걸지도 모르겠다. 천방지축인 날 데려다 놓고 안아주었으니 어머니의 품이 이렇던가. 언젠간 되찾을 나의 가족처럼 가만히 기다리는 눈물짓는 망부석인가. 다시는 떠나지 않아, 이 각본을 잡고. 실연당한 배역의 인물을 진심이 담긴 글쓰기로 연기한다.


"나는 정말 무가치한 사람이야. 그래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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