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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Oct 08. 2023

여주 소달산

여주의 작은 산과 작은 사찰 흥왕사

추석 연휴가 지나고 며칠 학교에 근무하고 나니 또 3일의 한글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삶에는 쉼이 꼭 필요한 것이기에 휴일이 필요하지만 요즘에 이런저런 학교일들을 처리하고 개정교육과정 관련 체육교과서 검토작업이 있어 한동안 책과 컴퓨터를 보고 바쁘게 일들을 하다 보니 모니터의 글씨나 이미지들이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상황이 되어 당분간 꼭 필요한 일이 있지 않으면 모니터와 이미지를 집중하여 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크게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진 않았는데 가끔 이런 증상이 있어 약간의 스트레스성 인식 장애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정도가 심하진 않아서 넘기고 있지만 계속되면 무척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연을 보면서 눈도 쉬고 명절 때 찌운 살도 뺄 겸 그동안 학교를 출퇴근하고 오가며 올라야지 했던 여주 북내면 중암리에 있는 소달산이란 산을 가보기로 했다.  


 북내면 소재지에 있는 북내초등학교 본교에서 운암분교를 지나 도전리로 가다 보면 왼쪽에 높이 솟은 산이 있는데 꼭대기에 정자가 멀리서도 보여서 저기서 내려다보면 내가 10년간 근무한 북내가 다 내려다 보이겠다 싶었는데 이번 참에 휴일 막간을 이용하여 올라보았다.

다행히 등산로도 있지만 산 정상 가까이 흥왕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어 길이 나 있길래 차를 타고 어느 정도는 올라갈 수 있는 쉬운 산행 코스이기도 하였다.  여주에 20년을 살고 있지만 이런저런 산들을 다 가보지 못한 것을 보면 여주도 꽤 넓은 지역이기도 한 듯하다. 실제 3학년 지역 교과서인 우리 고장 여주를 살펴보면 여주시의 크기가 인구 천만의 서울시와 비슷하다고 되어있으니 안 가본 곳도 많기도 하다.


북내면 중암리의 운암분교를 지나 손두부로 유명한 중암리 두부집을 조금 지나면 있는 다리를 건너 사찰 입구가 표시된 길로 들어서니 차 한 대가 지날 만한 작은 산길이 포장되어 있어 오르기는 쉬운 길이었다.  그리 널리 알려진 사찰이나 산이 아니기에 오가는 사람도 없어 호젓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등산객이나 사찰 방문자들을 위한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고 작은 물통과 등산 스틱을 챙겨 산길을 조금 올랐다.  얼마가지 않아서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있고 잘 다듬어진 돌계단이 나왔다.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있었지만 온 김에 사찰 구경이나 하고 가야겠다 하고 돌계단을 올라보니 아담하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극락전과 부속 건물들이 몇 채 있는 작은 사찰 흥왕사가 있었다.  극락전에 부처님이나 뵙고 가야겠다 하고 오르는데 옆 건물에서 스님 한분이 보여 인사를 드리니 차나 한잔하고 가라 신다.

  사무실로 쓰이는 듯한 작은 방으로 들어서서 자리 앉으니 따뜻한 보이차를 내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내초에 오래 근무한 이야기부터 학생들 이야기,  운암분교, 도전분교 이야기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차대접을 받고 이런저런 속세 이야기를 나누고 담에 또 들리겠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나왔다.

  주지 스님이신 것 같은데 평온한 미소로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셔서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역사 있는 사찰이라고 말씀을 해주시고 사찰 앞 은행나무와 뒤편의 멋진 소나무를 소개해 주셨는데 정말 멋진 소나무들이 포근히 사찰을 감싸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안내해 주신 대로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금세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경치가 여주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뷰 맛집이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기도 했고 북내면에서 지어놓은 정자와 정상 돌들이 멋진 산이었다.   한참을 바위 위에 올라 살펴보니 여주 강천보부터 세종대교까지 여주 전역이 조망되었다.   날이 흐렸지만 멀리 이천 부발의 하이닉스와 이천 시내 주상복합 아파트까지 보이는 걸 보니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져온 물 한잔을 마시고 멋진 전망을 보다 보니 마음의 번뇌도 많이 사라지도 편안해졌다.  

조용하고 호젓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주야말로 정말 힐링의 도시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여주 어느 곳인가에 작은 주택을 지어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우선 내년 발령이 여주로 나기를 바라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곳을 발견한 기쁨으로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기념품 삼아 귀여운 도토리 몇 알을 주워서 내려왔다.  

여주엔 마감산, 황학산, 고래산, 보금산, 소달산, 양자산, 오갑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이 많은데 여주에 있으면서 휴일마다 하나둘씩 오르는 재미도 괜찮은 듯하다.  나이 덕에 약해진 체력과 금세 약해지는 무릎은 조금씩 운동으로 극복해야겠다.


오늘도 오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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