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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옹 Dec 25. 2023

2023년에 들은 음악을 결산하며


사카모토 류이치

<Smoochy> Bibo No Aozora

매년 4월은 글루미하다. 거기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별세 이후 나는 더 축 쳐져있었다. 언젠가 별도로 브런치에도 글을 썼듯이, 그래서 4월 내내 다른 노래는 듣지 않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을 들었다.

가끔 이 노래를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기분으로 들었는지 세세하게 기억이 난다. 마치 어떤 사건의 배경음악 같이. 이분의 수 많은 곡 하나하나가 거의 그렇다. 그만큼 이 분의 음악이 내 어린 날부터 젊은 날까지 스며들어 있었던거였겠지. 그래서 그분의 죽음의 슬픔에서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었나보다.






김동률 - 황금가면

그러다가 <황금가면> 노래가 발매되고 나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승전결의 서사를 노래로 가장 잘 표현하는 건 단연 김동률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의 주특기인 발라드에서도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지만, 나는 이분이 작곡한 김원준의 <Show> 같은 뮤지컬 넘버 느낌을 더 좋아한다. 요즘은 그런 전개가 트렌디하지 않아 잘 없는 편인데, 오랜만에 딱 그 느낌이라 얼마나 반갑고 설레던지. 내 원고 작업의 노동요였고 스포티파이가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로 집계해 줬다.






大江 千里 Oe Senri - Rain


요 몇 년 동안은 여름이 되면 플레이리스트가 시티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러니 어느 날 너 이거 좋아할 것 같다고 스포티파이가 추천해 줬다. 그 시절 분위기가 궁금해 뮤직비디오까지 찾아봤다. 90년대 윤종신이 있던 풋풋했던 015B 느낌이 떠올랐다.






장필순 - 어느새


올 여름 어느 날, 주말 나들이로 대부도에 다녀왔다. 그 해변에 누군가 7080 가요를 틀어놓았다. 해변에 놀러 오기로 한 것 치고 멜랑꼴리한 날씨와 그 노래의 복고적인 분위기에 나 혼자 놀러 온 듯 심취한 게 화근이었나. 아이들은 한 눈 판 사이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던 꼬질꼬질한 바닷물에서 신나게 수영을 했고 2주 동안 몸살을 꼬박 앓았다.






Mondo Grosso - ラビリンス labyrint

왜 유튜브는 나에게 뒷북치듯이 라비린스를 이제야 알려준 걸까? 일단 이 한 줄로 남기고 나중에 꼭 따로 글로 남기리.






Cro-Magnon - Patchwork Jazz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이런 표현 안 좋아하지만) 미친 곡의 구성. 이 노래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구글링을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유명한 밴드는 아닌 것 같다. 이 노래를 서너 번만 돌려들어도 지루한 헬스장 러닝머신 시간을 금방 채울 수 있다.






정국 - Standing Next to You (Usher Remix)


정국이는 케이팝스타가 아니라 이제 그냥 완전한 팝스타가 된 것 같다. 나는 굳이 여기에 케이를 붙이고 싶지 않다. 정국이 앨범을 여러 번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던 건 2000년 초반의 미국 팝을 너무나 잘 재현했기 때문이다. 의도한 프로듀싱이겠지만 정국이에게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보이고,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보이고, 어셔가 보이다니. 얼마 전에 나온 어셔가 피처링한 버전을 듣다가 혼자서 까무러칠뻔했다. 그 옛날에는 어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셔는 역시 어셔다.






Blink 182 - One More Time


또 2000년대 초반의 추억팔이를 한다. Blink 182는 펑키한 노래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런 이모셔널 한 느낌의 노래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20년이 지나서 이런 게 또 나오다니. 뭐랄까. 악동 같은 아저씨들이 살짝 철든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받아들여야하는거지만 그래도 지나간 세월이 살짝 야속했다.






Troye Syban - Rush



이걸 듣고 마냥 소년같던 이가 이렇게나 많이 컸나 싶었다. 뮤직비디오는 그런 의미에서 조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트로이 시반은 나에게 여전히 <Youth>에서 머물러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나보다. 아티스트로서 내적 성장을 바라보니 뿌듯하다. 묘하게 한국 가요의 느낌이 나서 수상했는데, 피쳐링에 스트레이키즈 이름이 같이 보인다. 아무튼 여름에 운동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다.






** 올해 좋아한 노래는 매년 내가 꼬박 적는 글인데 브런치에 처음 적어본다. 나름 총평을 해보자면 나는 점점 새로운 가수를 찾지 않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 싫어서 유튜브뮤직에서 스포티파이로 갈아탄 건데. 어쩌면 아무리 추천해 줘도 내가 이제는 익숙한걸 더 좋아하는걸 수도 있겠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2024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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