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새 페미의 섹슈얼리티 탐구 칼럼 #11
‘섹슈얼리티’에 대한 글을 쓰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나에게 인간관계란 늘 어려운 일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정상 가족’으로 보이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나의 불안과 우울의 근원지 역시 (유감스럽게도) 가족이었다. 엄마는 자신이 사랑받고 자란 만큼 사랑을 많이 주고 싶어하는 전업주부였고, 아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소년 가장으로 자라나 책임감이 강한 사업가였다. 날씬하며 감성적인 F 엄마가 집에서 나를 기르고, 덩치 크고 계산적인 T 아빠는 온 가족을 위해 돈을 벌며 주말마다 우리를 태우고 여행을 다녔다. 호텔에서 생일을 축하하고 철마다 해외여행을 가던 호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보호자이기 전에 독립적이고 복합적인 개인들이고,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어려움과 갈등을 마주하면서 가족을 유지해왔다. 언젠가 ‘죽고 싶다’고 자주 말하는 엄마와 집을 자주 비우던 아빠와 함께 살아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화가 난 엄마가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릴 때, 어둠 속에서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엄마가 너랑 같이 죽으려고 너 데리고 짐싸서 집을 나섰는데, 1층 문 앞에서 네가 엄마 가방에 토하면서 죽기 싫다고 했어. 그래서 엄마 안 죽고 살았어. 사랑해 우리딸. 엄마는 너밖에 없어.”
사랑은 죽고싶어하는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위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해도, 또 사랑받아도, 죽고싶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싶어한다는 건 비참하고 무력하고 외롭고 불안하고 숨막히고 화나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슬프다. 다행히 매번 엄마는 돌아왔고, 나는 사랑하는 엄마에게 ‘살맛 나게 하는 딸’이 되고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노력했다. 어른들이 요구하는 규범을 거스르지 않고, 내 감정을 너무 많이 드러내지 않으며,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사는 것이 최선이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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