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혼하기 위해 해야하는 아주 단순한 절차들> - 조국형 감독
입학식, 졸업식, 결혼식, 퇴임식, 장례식 등 다양한 경조사가 존재하는 중에 이혼식이라는 것이 생긴다면 어떨까. 여기, 이혼을 위해서는 이혼식을 치러야 하는 세상이 있다. 이번 이혼식을 올려야할 주인공은 선우와 태오 부부이다. 둘은 이혼식 절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이혼상담소를 찾는다. 그들에게 이혼 플래너 두오가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독특한 차림새를 갖춘 채 등장한다.
두오는 그들에게 이혼식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며 이혼식 가이드 영상을 보여준다. 결혼식의 조건을 그대로 갖추고 상황은 반대가 되는 격이다. 이혼 서약을 하고, 반지를 빼고, 뒤로 걸어가야 한다. 가장 난감한 점은 참석했던 하객들이 모두 참석해야 한다는 것. 하객참석동의서와 함께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두 사람은 그 당시 하객들에게 전화를 돌리지만 이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갈등하고 고민하던 그들 앞에 우연히 사별전단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전단지를 바라본다. 그들의 고민은 해결된 것일까.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주인공 칠봉이의 부모님이 이혼한 것으로 설정된다. 그 당시만 해도 이혼은 흔치 않는 일이었기에 주변 친구들은 이에 놀란다. 2023년 현재는 이혼이 접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간 이혼 건수는 약 10만 건 정도 된다. 심심치 않게 연예계 부부들의 이혼 기사를 읽을 수 있고, TV에서는 이혼 남녀가 나와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다. 이처럼 더이상 이혼이 흠도, 놀랄 일도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이혼하기 위해 해야하는 아주 단순한 절차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필자는 관계의 맺고 끊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영화의 소재였던 결혼과 이혼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선우와 태오도 결혼 당시에는 이혼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결혼을 서둘렀다. 결혼서약서에 유치하게 하트를 그리던 둘은 당장에라도 이혼을 원하게 됐고 그 기간은 10년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이도 40대 초반이다. 30년 전만 해도 한번 결혼했으면 웬만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산다는 기조였지만 이제는 이혼도, 재혼도 그만큼 무게를 두지 않게 됐다. 인간관계에서의 맺음과 끊음이 점점 쉬워지고 있다.
인디매거진 숏버스 객원필진 3기 송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