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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 Oct 14. 2021

초임교사가 일요일에 느끼는 감정들

 어릴적 중고등학교 때 부터 토요일 밤만 되면 그렇게 우울했었다. 그저 월요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끔찍하고 괴로웠다. 몇 번의 토요일 밤에는 '이렇게 잠들고 다시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늘 어김없이 일요일이 오고 월요일이 오며 이 순리를 애석해 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하였다.

  옛날에 kbs에서 하는 개그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일 때, 직장인들이 그 프로그램만 끝나면 우울감에 빠져들곤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 프로그램이 일요일 밤 10시쯤 끝나는 프로그램이어서, 신나게 개그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오기 시작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학교가기 싫다!' 와 비슷한 거겠거니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알겠다. 이 출근하기 싫음이란 학교가기 싫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일이다. 유동적인 유치원 현장에서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감.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는 우울감. 그 일들을 잘 해낼지 모르겠는 막연함. 금요일 퇴근부터 미뤄뒀던 감정들이 일요일 밤이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또 한 주의 시작이구나.'라는 한 문장은 이렇게 쉽게 쓰지만 마음만은 수십가지 생각이 든다. 나도 이러는데 담임선생님들은 반의 책임자로서 얼마나 무거운 무게가 느껴질까.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런 감정들과 씨름을 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갖든, 어떤 시간을 보내든 시간은 묵묵히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일의 어느 날, 나는 이러한 감정들을 그냥 무시한 채 잠이 들기로 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뒤척였지만 끝내 잠이 들긴 했다. 몇 시간을 부정적인 감정들로 끙끙 앓으니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직 습관이 되지는 않았지만, 출근을 하기 싫은 감정이 들 때마다 이렇게 '감정 무시하기'와 '시간은 흐른다.'의 기법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아직 감정들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몇 년을 일하다보면 익숙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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